[PL법 파고를 넘자](3)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변승남 교수

 

 제조물책임법이 제품 무결함의 입증 책임을 지운다는 측면에서 기업에 불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이 적절한 대응을 통해 제품의 결함을 예방할 수만 있다면 제조물책임법은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제품의 결함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품 결함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제품 결함의 원인으로는 설계상의 오류, 부적절한 원자재의 사용, 원자재의 결함, 부적절한 생산과정, 작업공정상의 오류, 유지·보수상의 오류 등이 있다. 이들 원인은 설계에서 부품·생산·포장·유통·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수명주기에 걸쳐 제품 결함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품 결함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탄생에서 소멸에 이르는 과정에 관련된 기업의 모든 부문에 대해 일관적이며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물론 기존의 품질관리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나 제품을 특정 품질기준이나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하거나 생산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제품의 수명주기 동안 품질관리 활동은 물론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인 제품안전경영프로그램(PSMP)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PSMP를 제조물 책임 예방대책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세부실행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세부실행방안은 최고경영자의 책임 및 조직체계, 제품안전설계, 제품안전보증체계, 문서관리, 제품시정 등 5개 분야로 나눠지는데 각 분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자 책임 및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가 소비자 보호와 제품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인식과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는 의무선언문이나 제품안전정책선언문 등을 통해 자사의 목표가 안전한 제품의 생산을 통한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라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제품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조직 내의 모든 구성원에게 인식시킨다. PSMP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안전 업무를 총괄할 제품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또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해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책임질 전문가를 경영층 내에서 선발한다. 제품안전위원회는 품질담당부서장·위기관리부서장·연구개발책임자·생산담당부서장·재무담당부서장 등으로 구성되며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실무위원회를 둔다. 실무위원회는 품질공학·신뢰성공학·생산공학·인간공학 등 제품안전과 관련된 기술분야의 실무책임자로 구성한다.

 둘째, 제품안전설계의 목표는 제품의 설계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하는 데 있다. 위험·고장분석 등과 같은 체계적 안전기법을 응용해 제품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품질·인간·동시공학 등을 적용해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품설계에 반영시킨다. 또한 제품안전에 관련된 국내외의 제반 규정과 표준을 설계에 적용한다.

 셋째, 제품안전보증체계는 제품의 전 수명주기 동안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제품안전보증은 제품안전에 대한 일차적인 사내 자체 감사, 2차적인 소비자 감사, UL·TV레인랜드·SGS 등 3차 감사기관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수행된다.

 넷째, 제품의 설계·제조·판매 등 제품안전 활동에 관련된 문서는 제조물 책임소송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때문에 기업은 체계적인 문서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감사과정을 통해 문서관리가 제대로 수행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문서관리는 작성·보관할 문서의 항목, 문서의 보관기간과 파기시점, 법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서와 불리한 문서의 구분, 문서관리책임 등에 대한 원칙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 문서관리체계의 구축에는 ISO 9000 시리즈의 품질 매뉴얼을 활용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정보화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사내 전자우편·전자서류 등에 대한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다섯째, 제품시정 부문에서는 출하된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소비자의 제품사용 정보를 수집·분석해 결함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갖춘다. 미국의 NEISS(National Electronic Injury Surveillance System)나 영국의 HASS(Home Accident Surveillance System)는 정부차원에서 위해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소규모의 위해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자사 제품의 품질 향상에 활용한다. 소비자의 불만이나 클레임뿐만 아니라 자사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위험을 초래하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리콜이나 폐기 등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snbyu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