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인터넷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인터넷주소의 공공성을 널리 인식시키고 아태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작은 힘이 됐다는 점에서 정보통신인으로서 긍지를 느낍니다.”
지난달 21일 3년 임기의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원장에 재임된 송관호 원장(50)은 사실 한국 정보통신계의 산 증인이다. 송 원장은 한국전산원을 거쳐 99년 6월 인터넷정보센터를 설립해 국내 인터넷 산업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국내의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국제적인 인터넷주소관련기구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소외계층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인터넷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왔다는 평가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달 11일에는 정보문화의 달 시상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송 원장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개인도메인 등록 개시, 기관의 복수도메인 허용 등 인터넷주소자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주소는 닷컴밖에 없는 줄 알던 네티즌들에게 국가도메인인 닷케이아르(.kr)의 존재를 부각시킨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특히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인터넷주소가 사이버 영토의 개념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가도메인에 대해 공공자원이라는 의미를 확고히 해온 점이 높이 평가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터넷 콘퍼런스인 APRICOT2000을 유치해 국내외 인터넷 전문가 1000여명의 참석을 이끌어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산업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임을 보여준 계기가 됐거든요.”
전문가적인 식견과 강한 카리스마를 갖췄으면서도 소탈한 인간성으로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송 원장은 전문경영인 출신이 아니면서도 CEO다운 마인드로 센터를 이끌어왔다. 공기업도 사기업도 아닌 정통부의 관리감독하에 있는 비영리재단법인을 국고지원 없이 건실히 이끌어온 것만 봐도 그의 경영자적 자질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송 원장은 앞으로 3년간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를 핵심역량 중심으로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센터를 대외적으로 책임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인터넷주소자원관리의 중심기관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국가도메인인 닷케이아르 도메인에 대해 관리감독권을 유지하려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일까. 인터넷정보센터는 이달초 대행사업자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지만 송 원장은 사업자들을 정보센터 관리감독하에 둠으로써 국가도메인을 사유재산처럼 운용하는 것은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사업자들이 국가도메인을 마음대로 전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만큼 우리 고유의 국가도메인을 통해 한국기업임을 알리는 것이 사업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 원장은 이와 함께 인터넷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더욱 넓혀나갈 생각이다. 정보화에서 소외된 계층과 지역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앞으로는 좀더 공공적인 업무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인터넷 관련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IPv6나 이넘과 같은 차세대 인터넷 연구를 주도하며 정보불평등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겁니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조리한 문제들에 대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데도 앞장설 겁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