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동북아 IT중심 실현` 왜 나왔나

 정보통신부가 1일 내놓은 ‘동북아 IT중심국가 실현방안’은 월드컵 이후 한국 IT산업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드컵 4강진출로 한국축구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했듯이 IT월드컵에서도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지가 담겨있다.

 그렇지만 축구 4강의 근원인 기초체력 강화와 국제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두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전히 변방’=정부 실행방안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동북아는 북미와 유럽연합(EU)와 함께 세계 3대 교역권. 중국은 미국에 이어 최대 단일 시장으로 부각중이며 일본은 다소 빛이 바랬다 해도 여전히 산업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두 나라 틈새에 끼어있다. 두 나라에 비해 우리가 비교우위인 게 바로 정보기술(IT)이다. 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생산부문에서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과 같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IT산업의 성장은 눈부셨다.

 문제는 해외에서 이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산 제품의 가격이 그간 지속적으로 올랐으나 품질에 비해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도 이번에 월드컵 취재를 위해 방한한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국적 IT기업들이 아시아지역의 마케팅과 연구 거점을 싱가포르나 홍콩·일본에 두거나 중국에 두려 하지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이게 우리 IT산업의 현주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드컵은 새로운 탈출구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정정불안’ ‘부패’ ‘시위’로 각인된 한국의 이미지는 ‘다이내믹한 경제’ ‘IT선진국’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이를 기회삼아 세계 IT리더십을 가져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북아 IT산업 중심국가를 만들자=일본과 달리 이번 월드컵을 ‘IT월드컵’으로 치러 성공을 거둔 우리 정부는 이제 본격적인 세계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주재 아래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월드컵 경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업그레이드 코리아’의 알맹이가 바로 IT이며 일차적인 대상이 동북아다.

 정통부는 외국 IT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동북아 통신망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IT·디지털미디어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한국을 IT중심국가로 발돋움시키기로 했다. 개념도 참조

 이를 통해 정부는 국내 IT산업의 위상을 높여가는 동시에 내부 체질을 개선해 미래에 대비하려 한다.

 ◇정부간·민관 협력 절실=정통부가 이번에 IT부문 위주로 중심국가 구현전략을 발표하면서 다른 경제부처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자원부는 전자산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문화산업에 대해 각각 중심국가로 서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문제는 이들 방안이 대부분 오래전부터 나왔던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간에도 못한 정책당국이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앞으로 제대로 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묵은 문제인 부처이기주의도 여전히 남아있어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통부 방안만 해도 ‘동북아 통신망 허브화’를 제외한 나머지 세개 전략이 산자부·문화부·재경부 등 다른 경제부처의 영역과 중복되고 있다. 더욱이 아직 협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방안이라 앞으로 부처간 의견조율 과정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유수 전자업체의 사장은 “정부가 단순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에서 탈피한 것만 해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면서 “민간과의 활발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산업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