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주물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드라이필름·원판·화공약품 등 원·부자재에 대한 대대적인 원가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 PCB 출하 대비 수주율(BB율)이 0.96을 기록하며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1.0을 계속 밑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업계는 매출확대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내실 다지기’를 위해 비용절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외산보다 가격이 20∼30% 가량 저렴한 PCB용 잉크 및 약품 등 국산 원부자재류와 대만·중국산 저가 PCB 원판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텍·엑큐리스·하이테크전자 등 중견 PCB업체들은 원·부자재 절감을 최대 현안으로 꼽고 외산이 아닌 구본그래픽스의 PCB용 잉크를 도입했거나 사용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국산품 채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리엔텍·코스모텍 등은 품질의 안정화 문제로 국산 원판을 당분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산 원판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기판사업본부와 LG전자 DMC사업부,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대형 업체들도 그동안 맥더미드·아토텍·RBP 등 외국산 블랙옥사이드·소프트에처 등 화공약품을 사용해 왔으나 가격대 상품성에서 완성도가 높은 국내업체로 공급선을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구체적으로 검토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B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원부자재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게 됐다”며 반기면서도 PCB업체들의 납품가격 인하요구가 너무 거세 크게 고심하고 있다.
원부자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10개 업체 중 4개 업체 꼴로 공급가격을 전월 대비 20% 정도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난감해 했다.
특히 국제유가 인상으로 원판 공급가격을 이달부터 인상하기로 한 두산전자·신성기업 등은 원판가격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성기업의 한 관계자는 “원판 공급가격을 인상하기로 했으나 경기침체와 맞물린 PCB업체의 저항으로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며 PCB업계의 한파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