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영화 배급시장에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올해 1월부터 배급사업에 뛰어든 신생업체 청어람. 청어람은 창업 6개월 만에 매출 80억원, 순익 7억원이라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추며 달려가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영화 가운데 예상밖의 수확을 거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비롯해 ‘정글쥬스’ ‘묻지마 패밀리’ 등 3편으로만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최용배 청어람 사장은 “급하게 비즈니스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오히려 겸손해한다. 최 사장은 지금은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로 흡수합병된 시네마서비스에서 5년동안 배급담당 이사를 맡았던 ‘배급통’이다.
그런 만큼 청어람을 새내기 영화배급사가 아닌 영화배급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할 영화물량이 너무 많아 스케줄링에 차질이 생기면서 고안한 것이 청어람의 창업인 만큼 시네마서비스와의 경쟁적 협력관계가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 사장이 5년동안 배급한 40여편의 영화를 보면 그만이 갖고 있는 배급시장 파워를 감지할 수 있다. ‘넘버3’ ‘미술관옆 동물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등 많은 흥행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다. 올 상반기 배급대행한 작품은 4개지만 배급대행 제의를 불가피하게 거절한 작품이 5∼6편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 사장은 많은 영화를 배급하기보다는 양질의 작품을 연간 10편 정도 안정적으로 배급하면서 보다 선진화된 배급시스템 구축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배급펀드를 만들어 체계적인 배급권을 확보할 생각이며 전국 직배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도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청어람을 영화배급을 대행해 배급 수수료만 챙기는 것이 아닌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최 사장의 비전이다.
영화 ‘남부군’ 등의 조감독과 (주)대우 영화사업본부 제작투자 담당을 거치는 등 제작, 배급, 투자 등 다양한 ‘영화판’ 경력을 갖고 있는 최 사장의 이력에서도 청어람의 미래상이 어느 정도 엿보인다.
이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최 사장은 ‘묻지마 패밀리’에는 부분 투자를 진행해 10억원 이상의 투자대비효과를 거두었으며 하반기에는 제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현재 모 업체와 공동 제작에 관한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안으로 적어도 1편의 작품에 대해서는 크랭크인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s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