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24)로봇

 ‘로봇세상은 우리가 이끈다.’

 로봇기술에 대한 산업계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로봇이 모든 일을 대신 해주는 꿈 같은 로봇세상이 올 듯한 분위기다. 21세기 한국의 로봇산업을 짊어진 로봇연구자들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봇연구계를 이끄는 인물들의 대학시절 전공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으로 크게 나뉜다.

 로봇은 기계적 구동장치와 전자제어부로 구성되기 때문에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은 로봇분야 연구계를 나누는 양대 학파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로봇산업은 지난 80년대 자동차산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타고 차량조립용 로봇 수요가 대거 일어나면서 기틀을 잡았다. 초보적인 단계지만 작업용 로봇이 국내에서 조립되고 미국, 일본 기술자의 어깨너머로 열심히 로봇기술을 배우던 시기였다. 당시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로봇공학분야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많은 로봇 전문인력이 양성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를 전후해 미국, 일본에서 첨단로봇공학을 공부한 해외파 전문인력이 다수 국내에 유입되면서 한국의 로봇연구계도 세계 수준에 근접하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로봇왕국 일본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인 열세다. 이에 따라 국내 로봇 제조업체와 연구소는 서비스로봇, 일명 생활로봇으로 불리는 새로운 로봇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한국이 지금보다 향상된 위치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로봇업체들이 서비스로봇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로봇업계의 개발노력은 점차 구체적인 성과물로 집약돼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으며 로봇산업이 한국의 뉴밀레니엄시대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등장할 것이란 기대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척박한 국내 로봇산업을 이끌어 온 연구자들의 굵은 땀방울이 어려있다.

 삼성전자의 성학경 지능시스템 연구소장(41)은 삼성전자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퍼스널 로봇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 기계공학과와 도쿄공업대 제어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난 93년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 자동화연구소에 입사한 이래 반도체 물류제어 및 자동화에 필요한 무인반송차(AGV) 개발을 담당해왔다.

 성학경 소장은 클린룸 내에서 웨이퍼, LCD액정을 자동운반하는 로봇시스템을 차례로 국산화해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특히 클라스 1급의 다관절 클린 로봇은 일본에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메카트로닉스센터의 지능시스템 연구소장으로 취임한 그는 현재 삼성전자의 서비스로봇 사업을 본격적인 수익궤도에 올린다는 목표 아래 애완용로봇과 이족보행로봇, 가정자동화, 비닐하우스 작업용 이동로봇 등을 차례로 개발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이석한 전무는 국내 로봇업계에서 해외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로 손꼽힌다.

 이석한 전무는 현재 삼성종기원의 CRO(Chief Research Officer)로서 MEMS, 저장기기, 로보틱스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98년 삼성종기원에 초빙되기 전까지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하고 후반 8년간은 미국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행성탐사용 로봇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퍼듀대학 전기공학과에서 로보틱스와 지능시스템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 97년 한국인 최초로 로봇자동화와 지능시스템분야의 기술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IEEE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전무는 지난해 국가 로봇테크놀로지 로드맵 기획위원장을 맡아 한국로봇산업의 큰 틀을 짜는 한편 삼성종기원의 차세대 로봇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기계전기연구소의 여인택 실장(47)은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내로라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국내 로봇산업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지난 82년 한국기계연구소 자동제어연구실에서 국내 최초의 6축 수직다관절 로봇을 개발하면서 국내 산업용 로봇 1세대로 자리잡았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작업용 로봇을 차례로 국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장비국산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5000여대나 양산한 6축 수직다관절 스폿용접과 핸들링로봇 등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또 KIST와 공동으로 안내용 로봇도 개발하고 있는데 2년안에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독자설계 능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보티즈의 김병수 사장(34)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능형 토이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한 인물이다.

 김 사장은 고려대 전기공학 시절부터 프랑스 및 브라질에서 열린 각종 로봇축구대회를 석권하고 전 일본 마이크로 마우스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그는 디디와 티티라는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완구로봇을 개발해 세계적인 완구 유통업체 타이거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수출하기도 했다. 국산 토이로봇이 세계적인 유통망을 통해 수출된 것은 로보티즈가 최초다. 김 사장은 퍼스널로봇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토이로봇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완구로봇을 계속 선보이며 세계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뉴로스의 김승우 사장(38)은 국내 최초로 비행로봇이란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삼성테크윈에서 터보엔진 개발을 위해 20여년간 종사했다. 그는 평소 꿈이던 고정익이 아니라 날갯짓을 하는 새모양의 비행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월드컵때 전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한국의 비행로봇기술을 과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세계에서도 날갯짓 비행로봇을 만드는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향후 산업용 산불감시, 교통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2m 크기의 대형 비행로봇을 국산화한다는 방침이다.

 유진로보틱스의 박성주 연구소장(39)은 최근 로봇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정교사로봇 페가수스를 개발한 주역이다.

 그는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오클라호마 주립대 제어계측과 석사과정을 마친 뒤 90년 대우중공업과 한국모토로라에서 반도체 작업용 로봇을 개발하면서 연구경력을 쌓았다.

 이후 미국 ETEC사에서 첨단 멤스 분야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한국의 미래산업을 주도할 산업은 개인용 로봇분야라는 확신으로 영구귀국해 유진로보틱스에 합류했다.

 박 소장의 특이한 성과는 로봇이라는 매체를 위한 온라인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전용소프트웨어(e-Robot)를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이는 기존 온라인 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돼 국내 퍼스널로봇산업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김승호 박사(49)는 극한환경의 작업로봇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원자력발전소의 보수유지에 필요한 원격제어로봇을 자체개발했다. 김승호 박사의 주요 연구성과는 인간에게 유해한 고방사선구역의 원자력산업에서 무인작업을 위한 로봇과 이동형로봇 개발이다. 특히 월성원전의 검사용 이동로봇과 원전살수탱크 감시에 사용되는 수중로봇 등은 당시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고도의 로봇설계 능력이 요구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계단을 자유롭게 올라가는 로봇구동체와 정교한 원격작업에 필요한 입체영상 전송기술에서도 독보적인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한울로보틱스의 김병수 사장(41)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퍼스널로봇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수료한 그는 원자력연구소 김승호 박사팀에서 10여년간 원자력 시설보수용 로봇개발을 담당하면서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한울로보틱스를 설립한 후 김 사장은 제자리에서 360도 이동하는 동기식 로봇과 계단을 올라가는 로봇 등을 차례로 실용화시켜 국내 퍼스널 로봇기술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구석진 곳까지 완벽하게 청소하는 가정용 로봇과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감성로봇까지 상용화에 근접, 로봇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로봇앤디자인의 한진석 실장(38)은 국내에서 보기드문 바이오로봇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한 실장은 삼성전자와 삼성항공을 거치면서 자동화시스템분야에서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99년 로봇앤드디자인의 로봇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주로 개발해온 로봇기술은 반도체용 클린로봇과 바이오로봇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팔 등이다. 특히 생명공학 연구에 필수적인 DNA 칩어레이어와 자동전기영동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일본수출까지 성공시켜 실험자동화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 실장은 최근 반도체용 클린룸 로봇의 핵심부품인 1∼2미크론 정밀도의 스테이지도 국산화했다. 현재 정부과제로 진행중인 휴머노이드 로봇팔은 모듈형으로 인간의 팔과 유사한 첨단설계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로봇기술분야에 획기적인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