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관련단체 및 기관의 하반기 해외진출 사업은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의 성공신화를 산업부문으로 이어가기 위해 해외로드쇼, 투자마트 등 올해 초 세운 해외사업 외에도 벤처기업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황=벤처기업협회, IT중소벤처기업협회 등 벤처기업 관련협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KOTRA 등 정부 유관기관은 물론 코리아벤처포럼 등 사단법인까지 가세했다. 진출대상도 미국에 한정됐던 이전과는 달리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은 물론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까지 확대됐다.
행사 내용도 ‘해외에서 벌어진 국내 기업들만의 잔치’로 끝났던 이전의 틀을 깨기 위해 유력한 현지 기업이나 정부를 파트너로 삼아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관기관들은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높아진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벌이는 해외로드쇼, 투자마트 등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월드컵 직전 회장단으로 구성된 친선방문단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했던 여성벤처협회 관계자는 “여성기업인 사이의 교류가 친목활동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유치 및 시장개척, 여성 벤처기업의 현지화에 공동보조를 맞춰 나가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회성 전시사업이 아닌 지속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회원사의 사업추진을 돕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의미와 전망=국가 브랜드가와 동반 상승한 기업브랜드를 신경제의 주축인 벤처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벤처열기가 식어면서 개별기업들이 각개전투를 실시했던 때와는 달리 단체나 기관을 등에 업은 기업군이 체계적인 지원아래 해외공략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 새롭다.
관계자들은 현재의 움직임이 이전 개별진출의 실패로 익힌 노하우가 월드컵 이후 높아진 국가 브랜드와 합쳐지면서 해외진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기업의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도 월드컵 이전과는 판이해진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는 일본 후쿠오카 시장개척단 행사의 경우 현지 파트너인 구주 NBC(New Business Conference)는 물론 회원사인 셀콤네디코(SELCOM NEDICO), 하세가와(HASEGAWA) 등 굴지의 기업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벤처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기업의 규모나 브랜드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위상이 한층 높아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많은 해외진출 프로그램은 많은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제=다양한 진출 움직임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급조되는 해외진출 관련 행사는 자칫 높아진 국가 브랜드, 작게는 벤처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양한 각측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벤처업계는 물론 국가 전체가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발전목표 수립과 비전정립이 필요하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리아벤처포럼의 오세기 사무국장 “지금은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좀더 차분하게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 넘치는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단체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있는 사업을 묶어낼 수 있는 전문적이며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