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타이틀 영상 `배보다 배꼽`

 ‘3시간 영화에 부가영상은 12시간’.

 영화 DVD타이틀의 부록에 해당하는 스페셜 피처(부가영상)가 오히려 영화 본편을 압도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DVD타이틀의 스페셜 피처는 제작자 코멘터리, 메이킹 필름 등 영화보는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부록의 의미로 제공돼왔으나 최근 스페셜 피처의 분량이 본편의 몇 배를 넘어서는가 하면 내용도 게임기능, 본편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버전의 콘텐츠 등 양방향성을 구현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DVD타이틀의 구매 요소가 단순히 영화내용과 화질·음향 등의 기본적인 사항뿐만 아니라 대용량의 DVD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 업계의 한 관계자는 “DVD타이틀 구매자들은 영화는 기본이며 얼마나 다양한 부가영상이 수록돼 있느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며 “특히 소장가치를 따지는 DVD타이틀의 특성상 부가영상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스페셜 피처 경쟁을 자금력과 마케팅력 있는 브에나비스타·워너·폭스 등 5대 메이저 직배사들이 주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제작여건이 불리한 국내 DVD제작사들의 부담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5일 출시되는 브에나비스타의 ‘진주만’ 디렉터스컷은 본편이 오히려 스페셜 피처를 위한 부록이라고 할 정도로 스페셜 피처의 비중이 크다. 4장의 디스크로 출시되는 ‘진주만’ 디렉터스컷의 스페셜 피처는 장장 12시간 분량. 이는 180분 영화 본편의 4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근 출시된 DVD타이틀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이다. 브에나비스타가 8월에 출시하는 ‘더 록’ 스페셜 에디션도 영화 본편만 수록했던 2000년 판에 고화질을 구현한 것은 물론 영화 제작과정 등 방대한 스페셜 피처가 새롭게 포함될 예정이다.

 워너에서 지난달 출시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역시 스페셜 피처에 큰 비중을 둔 작품이다. ‘해리포터…’의 경우 제시하는 게임을 풀어야 다음 단계로 옮아갈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미공개 장면들, 8개 국어로 보는 마법의 세계, 감독 인터뷰,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360도 셀프투어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국내 DVD타이틀 제작사도 부가영상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스페셜 피처 분량도 1∼2시간을 기본으로 3∼5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나오고 있으며 독특한 콘셉트의 스페셜 피처도 눈에 띈다. 스타맥스의 ‘엽기적인 그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2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데는 스페셜 피처가 큰 역할을 했다. ‘엽기적인 그녀’에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3시간 분량의 스페셜 피처를 담고 있으며 미공개 장면, 메이킹 필름은 물론 제작노트, 카메오, 인터뷰 등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8월 엔터원에서 출시하는 ‘친구’ 역시 독특한 스페셜 피처로 DVD타이틀 시장의 대박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구’에는 스페셜 피처 기본 콘텐츠 이외에도 영화배경이 된 부산지역 이야기, 배우들의 사투리 리허설 에피소드, 삭제장면에 대한 감독 해설, 사투리에 대한 표준말 자막처리, 마케팅 과정, 친구론 정의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