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우리나라 전 산업의 날씨는 대체로 맑고 극히 일부업종에만 구름이 끼겠음. 비 올 확률은 20% 미만. 산업계 전반에서 안개가 걷힌 가운데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은 맑은 날씨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 그러나 남동쪽 20㎞ 지점 해상에 머물러 있는 태풍 ‘미국발 경제위기’가 우리 산업을 지나가고 우리 경제 전반에 엷게 형성된 ‘저기압 증시 및 환율 불안’이 먹구름을 만들 경우 하반기 중반 이후 전 산업의 날씨는 흐림으로 돌아설 우려도 있어 주의가 필요.
지난해 말 내수 소비 증가와 주가 상승 등에 기대어 시작된 경기회복 움직임이 올해들어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따른 본격적인 경기회복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은 투자·수출 등 실질적인 지표 이외에도 국가 IT이미지 상승, 신뢰도 향상 등 잠재가치까지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 우리 경제를 주도할 전망이다.
이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IT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하반기 품목별 수출전망’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 IT품목들의 이같은 호조는 점차 다른 품목으로 파급되면서 7월부터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산자부측의 설명이다.
또 축소 일변도였던 설비투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IT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내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2년도 설비투자 계획’에 따르면 기업들은 IT산업의 투자회복에 힘입어 올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평균 3% 이상 높게 잡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IT와 일반기계업종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 지난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 올해들어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의 ‘3분기 산업전망’에서는 국내 20개 산업 가운데 전자·기계 등 14개 산업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그 이유로 전경련은 ‘국내 경기 회복’ ‘지속적인 경기부양’ ‘설비투자의 점진적 확대 등에 의한 내수의 지속된 호조와 주요 수출시장 수요증가에 따른 수출의 점진적 개선’을 꼽았다. 또한 이는 13개 산업에서 증가세를 시현했던 지난 2000년 1분기 이후 최고치여서 앞으로의 산업경기 회복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도 하반기 우리 경제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주도의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은 인도·러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미개척·거대시장 공략에 결정적인 호재가 되고 있다. 특히 선진시장 중심의 수출구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출선다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로 월드컵으로 얻게 된 ‘IT강국’ ‘붉은 열정의 나라’ ‘선진시민국’ 등의 긍정적 이미지는 수출선 다변화는 물론 후광효과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제고 등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환경 분석과 교역촉진을 담당하고 있는 주한 상무관들을 대상으로 외국인투자환경에 대한 의견을 조사할 결과 한국은 중국·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매력적인 외국인투자대상국으로 평가됐다. 또 한국이 앞으로 5년 동안 높은 경쟁력을 이어갈 분야로는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가 꼽혀 향후 IT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 패턴은 내수중심에서 수출중심으로 본격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힘입어 전 산업의 경기전망도 비교적 밝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경기회복세가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각종 연구소들이 잇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한 3∼5%보다 높은 6∼7%대로 올려잡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정보통신 등 IT관련산업들이 호조세를 지속하는 것과 이에 힘입어 전통제조업종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을 하반기 경기상승의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예측기관들이 밝히고 있는 6∼7%의 경제성장은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성장률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올해 성장은 내수가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안정적인 성장세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상황이 정부가 저금리 등 부양책을 구사하면서 경기를 반등시킨 지난 99년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급격한 경기부양책에 따른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불확실성은 사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투명해 경제상승기조 자체가 흔들릴 개연성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의 회복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이고 국제유가에도 불안요인이 존재한다. 미국 경기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고 있으나 미국 경기 침체시 우리 경제도 상당한 어려움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주가·환율 등의 불안도 우리가 신경써야 할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는 다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터널로 빠져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