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로 취임 100일을 넘긴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이 이달말께 삼성전기의 구체적인 미래 고도사업 전략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강호문 사장은 취임한 이후 짧은 기간 삼성전기의 해외 현지 공장과 일본 부품업체를 방문하는 등 삼성전기가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짜느라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기 기획팀 김명호 그룹장은 “삼성전기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이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고 기존 백화점식 사업구조에서 전문점식으로 변경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 사장이 머릿속에 그리는 미래 고도사업 전략의 기본틀은 ‘선택’과 ‘집중’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가 생산중인 50여 품목 가운데 1위 품목을 10개 이내로 선정, 집중 육성함으로써 향후 이들 품목 위주로 ‘살림’을 꾸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강 사장은 현재 광픽업·다층인쇄회로기판(MLB)·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세계 1위 달성 품목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반도체 기술을 응용한 신규 사업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C카메라 등 세트성 제품은 정리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고도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과 함께 강 사장은 삼성전기 사상 처음으로 고객 만족 경영을 도입, 임원진의 의식 변화를 적극 주도하고 있다.
기판사업본부(박완혁 전무), 전자소자사업본부(문봉모 전무), 영상네트워크사업본부(이효범 상무), 정보디바이스부(이석재 부사장) 등 4개 사업본부내 마케팅그룹을 지난 4월 신설해 고객만족도와 불만을 조사하고 이를 개선, 고객과 시장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로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강 사장은 “품질에 대한 개선 작업이 매우 미흡하다”며 “고객불만에 대한 작은 사항까지 직접 일일이 챙기고 이를 인사고과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혀 임원들은 이의 해결책을 찾느라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임원진들은 이러한 변화의 거센 바람속에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즉 ‘옥석을 구분하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지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와 맞물려 매서운 감원의 칼날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형도 전 부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아 국내 부품업계의 맹주, 삼성전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강호문 사장이 100여일간의 현실 파악을 통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