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미 양국 증시의 차별화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2일(현지시각) 102.04포인트 내린 9007.75를 기록, 간신히 9000선을 방어했다. 나스닥지수도 45.95포인트(3.27%) 떨어진 1357.85로 장을 마쳤다.
S&P 500지수는 20.58포인트(2.12%) 하락해 지난해 9월의 저점(965.80) 밑인 948.09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98년 1월 12일 이후 최저치로 올 들어 17%나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전날 4% 급락하며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등급 하향 등과 맞물려 5.21% 급락한 348.30으로 마감,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텔의 경우 이날 16.50달러에 마감해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증시는 장초반 약세를 보였으나 갈수록 상승 탄력을 더해 종합주가지수는 7.13포인트(0.95%) 오른 753.36, 코스닥지수는 1.10포인트(1.80%) 상승한 62.15를 기록하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전 거래일도 ‘전강후약’ 장세를 연출하며 대세 상승의 전조를 보이는 등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차별화된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와 미 증시의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양국간 경제상황이 다르다는 점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국내 증시가 미 증시와 수준을 맞추는 ‘갭 메우기’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먼저 한국 증시는 내수가 경기를 이끌고 있으며 수출도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등 높은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반면 미 증시는 예상보다 더딘 소비회복 속도, 경제성장 연 2.5% 전망 등 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 국내 IT기업들이 회계 투명성 확보, 부실여신 급감,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보이는데 반해 미국은 엔론, 월드컴 등 회계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국내 상황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술주 시장에서의 차별화는 두드러진다. 2분기후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국내 IT증시 전망과 달리 미국 증시는 반도체 및 컴퓨터업체에 대한 실적경고와 부정적인 평가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국내 IT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뜻하는 것으로 국내 IT증시의 긍정적 요소로 풀이되고 있다.
오갑수 금융감독원장도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증시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회계 투명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미국의 회계 부정 여파를 받을 가능석이 적다”며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