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초 과학을 탐구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에서 국내 대학과 본격적인 산학 협력에 착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MS가 제품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없이 한국의 유망한 SW 인재들을 육성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3일 국내 대학과의 다각적인 협력을 위해 방한한 미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MSR) 김정한 박사(39)는 이번 방문에서 국내 SW산업의 기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산학 협력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 박사는 “이번 방한에서 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 등과 MSR에서 연구하는 기초기술부문의 정식 강의를 개설하는 문제와 대학별 우수학생을 MSR의 인턴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마쳤다”며 “MSR를 비롯해 각 대학, 한국과학재단 등으로부터 예산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MSR에서 컴퓨터 기초공학을 연구하는 700명의 연구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자 97년에는 3년마다 한번씩 미국내 최고의 이론전산학 논문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풀커슨상’을 수상한 이 분야의 권위자다.
그런 그가 한국의 컴퓨터공학 인재양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AT&T 벨연구소, 카네기멜론대 부교수 등을 거쳐 97년 MSR에 근무하면서부터다.
그는 “연구원에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MSR에서 한국의 기초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것이 언제나 아쉬웠다”며 “이르면 내년 3월 관련강좌 개설을 시작으로 1∼2년이 아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다양한 후속 지원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박사는 산학 협력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 대해 “MS라는 기업의 제품 개발인력으로 활용하기보다 국내 SW산업의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밑거름으로 삼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연구소가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 김 박사 스스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기초과학 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것도 이같은 그의 철학과 맥락을 같이 한다.
현재 MSR의 이론본부에서 무한 그래프 이론, 신경망 네트워크 시스템 연구에 여념이 없는 그는 고국에서 직접 교편을 잡을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우선 정식 강의가 개설되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부 강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내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돌아올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