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전문MC로 활약하고 있는 이현주씨(26)와 최은지씨(25)는 게임방송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4년이 된 고참들이다. ‘게임방송이 뭐냐’ ‘여자가 웬 게임이냐’는 말에 수없이 시달렸던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어엿한 게임전문MC로 자리매김했다.
따져보면 게임방송의 원조이자 정일훈 캐스터의 데뷔무대로 잘 알려져 있는 인천방송의 ‘열전! 게임챔프’의 진행도 최은지씨가 정일훈씨보다 3개월 먼저 진행을 맡았고 그 뒤를 이어 이현주씨가 2년이 넘게 진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1세대 게임방송인이다.
“우리 둘은 나이대도 비슷하고 방송국에서 자주 마주쳐서 친하긴 하지만 방송 스타일은 많이 다릅니다.”
이는 방송 첫 멘트만 들어도 확연히 표가 난다. 이현주씨는 별일이 없는 한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으로 방송을 시작한다. 중성적인 목소리엔 힘이 실려있다. 반면 최은지씨는 큰 눈망울을 깜박이며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발랄하게 인사한다.
프로게이머로 게임계에 입문한 이씨는 게임MC보다 게임캐스터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린다.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도 KPGA 리그, 종족 최강전, 카운트스트라이크 대회, 베틀렐름 대회 등 게임리그가 대부분이다. 그는 다른 여자 게임MC에 비해 전문성과 해설성이 강한 MC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이씨의 전공은 연극영화학. 실제로 유씨이터에서 전속 연극인으로 활동할 정도로 왕성한 무대활동도 해왔다. 그러던 그가 잠깐 ‘나들이’ 겸 발을 들였던 게임이 본업이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2000년 가을 온게임넷 여자 스타크래프대회 왕중왕전을 끝으로 프로게이머 생활도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고 연극에도 발을 뗐습니다. 게임MC라면 연극과 프로게이머 생활을 통해 배웠던 것을 모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플레이(play, 놀다·연극)라는 말처럼 게임든 연극든 즐기는 게 우선이다’라는 나름의 게임철학도 설득력 있게 펼친다.
한편 울산MBC 리포터로 일찍 방송을 시작한 최씨는 서울에 올라온 뒤 게임방송과의 계속된 인연을 아직도 신기해한다.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PC방이라면 근처도 못 가서 게임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인천방송의 ‘열전!게임챔프’를 시작으로 게임큐닷컴·크레지오닷컴·온게임넷 등 계속 게임쪽으로만 일이 풀리는 거예요.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여성 게임전문MC 1호라는 명칭이 꼬리처럼 저를 따라다니게 됐고 욕심과 책임감도 더욱 커졌죠.”
최씨는 처음에는 정일훈 캐스터를 따라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따라하면 따라할수록 사상누각처럼 겉은 화려해지더라도 속은 공허했다. 그런 그가 포트리스 리그전을 맡으면서 완전한 제 색깔을 찾았다. 귀엽고 여성스럽고 톡톡 튀는 발랄한 진행은 그만의 스타일이 됐다. 각종 매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게임방송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인지 이들의 포부도 다부져보였다. 이씨는 “게임업체들이 여자 게임캐스터를 기피하면서도 이현주 캐스터는 다르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면서 “여성적인 매력이 아닌 게임에 대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MC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게임방송이 모조리 리그가 될 필요는 없죠.”라고 다양성이 부족한 게임방송에 대해 운을 뗀 뒤 “게임과 문화를 접목한 폭넓은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여자 게임전문MC 1세대라는 상징성 때문일까,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