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레카’ 시리즈는 완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레카’ 제작진이 힘든 여정 속에서 계속 제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모두 시청자 덕택이다. ‘레카’의 내용을 이해할까 싶은 3, 4세의 어린 시청자들부터 대학생, 군인, 학부모 그리고 한국만화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중고등학생들까지 대거 홈페이지에 들어와 성원을 보내줬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데모작업으로 바로 사장되어버린 프로젝트들만 겪어온 터라 몰랐던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시청률의 중요성을 비로소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성원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준비한 것이 7편 분량의 스페셜이다. 원래는 2편 분량으로 기획됐지만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식목일편, 어린이날 스페셜편 등으로 늘어났다. ‘레카’시리즈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번외편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한마디로 캐릭터와 시청자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던 것이다. 레카의 캐릭터들을 마치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처럼 다가서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받았다. 박지연, 김형교 작가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청자들의 질문에 캐릭터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는 등 다양한 코너형식을 띤 이 스페셜편은 좋은 반응을 보이며, 레카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왔다.
26화 종영 후 방송된 마지막 스페셜에서는 시청자들이 그간 보내온 그림들을 모아 콘테스트를 열고 캐릭터들이 그에 대한 평을 하는 코너와 개인기 자랑, 빙고 등의 게임 요소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그간 성원에 대해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런 노력은 곧 이어갈 레카 에피소드2 ‘Promise’에서도 계속 지켜나가고 한층 더 발휘할 것이다.
작업을 해오면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제작사나 방송국 차원에서의 제약조건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레카’에서 제약이 있었다면 3D상의 표현기술에 관한 비주얼적인 것들로, 모두 시간싸움과 관계된 것들 뿐 이었다.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 애니매이터들도 모두 애니매이션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었기에 열정을 공유할 수 있었고 다들 힘들었지만 끝까지 함께 달려올 수 있었다.
방송사인 EBS의 융통성있는 대응도 큰 도움이 됐다. EBS의 관계자들은 ‘레카’ 26부작을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해줬다. 많은 고마운 분들의 힘으로 ‘레카’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무사히 종결됐다. 컴퓨터그래픽작업은 협동 작업이고 교향곡처럼 많은 요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작업이며 희로애락을 장기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작업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작보다는 끝을 소중히 생각하는 법을 배운 DP21 식구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다. 이제 겨우 ‘레카’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를 마쳤을 뿐이다. 우리들 나름의 노력에 비해 너무나 열렬한 반응을 보내준 시청자들께 보다 나은 비주얼과 즐거움으로 보답하기 위해서 드림픽쳐스21은 부단히 노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육현수 드림픽쳐스21 제작실장 suns12@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