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발견 요시다 요이치 지음 정구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0이 세상을 바꾼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숫자 0은 그 어느때보다 사용이 빈번한 숫자가 됐다. 0과 1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이진법이 컴퓨터 운용체계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0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나 0으로 시작하는 수학은 우리에게 아직 쉽지 않은 학문으로 남아있다. 의미도 모르는 공식을 암기하고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수학은 그 자체가 지워버리고 싶은 고통의 대상이다.
이 책은 이같은 수학에 대한 ‘나쁜 통념’을 깨는 수학 교양서다. 일본 수학자 요시다 요이치가 지은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60여년 동안 100쇄 가까이 팔리면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다. 60여년간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빠짐없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됐고, 수학에 관심있는 일반인이면 제일 먼저 이 책을 읽을 정도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필가 시바 료타로가 언제나 곁에 두고 읽었다는 일화나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구리요지가 이 책을 제재로 수학의 역사를 다룬 애니메이션 ‘제로의 발견’을 제작했다는 사실에서 이 책이 미친 영향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미려하면서 논리적인 문장으로 수학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하나로 이어진 70여편의 짧은 글들을 고대 문명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수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풀어나간다. 이 때문에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0 같은 숫자에 담긴 수학사적, 인류 문화사적 의미를 파헤친다. 컴퓨터의 근본 원리가 이진법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현대 디지털 문명은 0과 1이라는 단 2개의 숫자로 건설됐다.
이 책은 이런 이진법, 십진법 등 기수법의 수학적 의미와 문화사적 맥락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과 논리적인 설명으로 소개한다. 또 아라비아 숫자의 유래, 피타고라스에서 데데킨트에 이르는 저명한 수학자들의 업적 등 2000년 이상의 수학사를 가볍게 개괄한다.
더불어 제논의 역설, 시간에 대한 정의, 유클리드 기하학, 실수론, 대수학 등 그동안 수학사에서 논란이 됐던 이론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들 이론이 세상을 바꾸는 데 얼마나 공헌했는지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한다.
따라서 이 책은 차세대 디지털 문명을 책임질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교양 필독서로도 손색이 없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