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는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서 회사명에 CEO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드물다. CEO의 이름을 붙이면 ‘자기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부담이 되게 마련이다. 보안 업계에는 이러한 회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안철수연구소고 다른 하나는 훈시큐어다. 안철수연구소야 벤처의 대명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기업이지만 훈시큐어는 아무래도 낯설다. 하지만 보안업계에서 김정훈 훈시큐어 사장(36)은 주목받는 기대주다.
대학에서는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호주로 유학을 가면서 컴퓨터공학으로 방향을 돌린 김정훈 사장은 지난 95년 귀국 후 삼양데이타시스템·시큐어소프트·하나로통신 등 기업의 보안 분야에서만 근무했다.
“하나로통신에서 근무할 때 한창 사내 벤처 붐이 일었습니다. 이 때가 기회라고 판단, 사내 벤처를 신청했습니다. 회사에서 이를 받아들여 하나로통신 1호 벤처로 넷시큐어를 창업했습니다.”
1년만에 넷시큐어를 국내 침입탐지시스템(IDS) 시장의 주요 업체로 끌어올렸지만 조급하게 성과를 채근하는 투자자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벤처 거품이 일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회사를 팔자고 제의했습니다.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투자자들과 일을 같이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미련없이 사장자리를 내놨습니다.”
넷시큐어를 떠난 지 두 달만에 김정훈 사장은 다시 보안업체를 만들었다. 많은 업체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꿈은 접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사업 방향은 PC보안으로 정했다. 네트워크 보안은 많은 업체가 난립해 있었지만 PC보안은 아직 미개척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작년 8월 회사를 만들고 7개월 동안 새벽 6시에 퇴근해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 3월에 완성한 PC보안 솔루션 ‘난공불락’입니다.”
이름에 자신감이 배어있다.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 네트워크보다 두 단계 아래인 물리적 계층(maclayer)에서 보안시스템이 실행돼 기존 보안제품의 문제였던 보안성 한계와 PC 과부하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막 PC보안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기업의 수요와 맞아 떨어져 대우증권·한진해운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출발에 불과합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의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지역 1위 백신업체인 판다소프트웨어와 이와 관련한 제휴를 맺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김정훈 사장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