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02 한일월드컵 개최 결과 우리가 얻은 최대 소득은 한국 축구를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이 행사를 통해 글로벌시대의 모든 전장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실제로 요즘 해외 투자자와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침 이번 월드컵 기간에 또다른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가 세계 200대 IT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삼성전자를 세계 1위의 IT업체로 선정한 것이다. 우리 IT업체가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올랐음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반갑다.
하지만 매출규모·이익·성장속도·주주수익 등 4개 평가기준 항목에 의한 평가는 현재 가치를 말해주는 단기적인 것이며 미래발전 가능성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미래기술의 보유가치가 간접적으로나마 반영됐다 하더라도 글로벌화 마인드 및 경험의 축적 등 몇 가지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이 잡지는 1위인 삼성에서 본받고 싶어하는 일류기업인 ‘소니’를 세계 100대 기업에서 제외시켜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위권에조차 배제된 소니의 글로벌화 수준은 삼성도 부인하지 못할 깊이를 갖고 있다.
소니는 창립자인 모리타 아키오 전 회장이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난 63년부터 수많은 벽안의 법인장 채용과 글로벌기업 인수과정 등을 통한 시행착오로 기업체질을 단련해왔다. 40년 동안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과 관행을 체화하면서 소니의 CEO는 경영자이자 국제적 비즈니스계의 보이지 않는 조율사 역할까지 맡게 됐다. 모리타 전 회장이 일본 정재계는 물론 미국 정재계의 마당발로 활약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삼성전자의 국제화는 최근 수년새 급물살을 탔다. 미국에서 공부한 진대제 사장을 스카우트해 멀티미디어부문의 책임을 맡겼고, 미국에서 성장한 김병국 부사장에게 글로벌마케팅을 맡기면서 급속히 국제화에 대응하고 있다. 올들어 창사 이래 최초의 외국인 임원을 뒀다 해서 화제가 됐을 정도다.
소니는 브랜드 가치만 150억달러 규모인 세계적 기업이며 삼성은 63억달러 가치를 발판으로 소니와의 격차를 줄이면서 상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삼성이 브랜드로 대표되는 회사의 진정한 힘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을 세계 1위의 IT기업으로 선정한 이 잡지에서조차 “소니·히타치 및 파나소닉 TV제품들 앞에 앉아서 10년의 세일즈 활동을 한 점원들이 삼성을 모른다”고 한 지적은 삼성뿐 아니라 우리 기업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소니가 비록 100위권 밖의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 소비자의 뇌리에 남아 있게 만든 이 일류기업의 저력은 이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의 축적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노력 때문이라고 보고 싶다. 영상방송왕국인 소니가 트리니트론의 성공에 안주했기에 차세대TV라는 대세에서 뒤진 듯 보이면서도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가전부 이재구 차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