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멘스가 현재 법정관리중인 메디슨의 인수 의사를 공식 천명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의 의료기기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영화회계법인 등이 이달말 인수협상대상자·인수예비협상대상자를 각각 1개 업체씩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메디슨 인수전에 함께 나선 필립스·제너럴일렉트릭(GE) 등 업체와의 경쟁에서 지멘스가 승리를 거둘지 관심거리다.
◇인수배경=지멘스는 그간 의료기기 사업을 위해 한국 시장의 문을 수 차례 두드린 바 있다. 84년 경쟁사인 GE가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X선진단기·초음파영상진단기 사업을 전개하자 X선진단기 전문업체 리스템을 인수하기 위해 나섰으며 초음파영상진단기의 제조 허가를 획득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무위로 끝났다.
지멘스는 또 지난해 메디슨 계열의 3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 업체 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과 메디슨 투자 협상에도 나섰으나 결국 GE에 크레츠테크닉을 빼앗겼고 그나마 협상이 잘 진행되던 메디슨 투자건도 메디슨의 부도로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지멘스는 한국 시장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이번 기회 만큼은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지멘스는 현재의 메디슨 규모(기술·매출)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며 “메디슨을 인수한 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생산 거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멘스의 하이리히 포 퍼어리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우수한 초음파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초음파연구센터의 설립을 지원키로 서강대측과 연구의향서를 체결했다.
따라서 지멘스는 메디슨을 인수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GE·필립스 등에 비해 열세에 있는 초음파영상진단기의 전세를 단숨에 뒤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멘스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남은 것은 아시아 시장뿐이다.
◇인수성공 여부=지멘스 외에도 미국 GE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메디슨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GE는 인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GE메디칼시스템코리아란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중저가대의 흑백·컬러 초음파영상진단기를 안정적으로 생산,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필립스가 지멘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필립스는 지난 98년부터 메디슨을 통해서 4개 모델의 초음파영상진단기를 자체주문개발생산(ODM)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 지멘스가 메디슨을 인수할 경우 필립스는 자칫 제품군의 포트폴리오가 무너져 초음파영상진단기의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메디슨과 공동으로 연구 개발해 지난 6월초 선보인 3차원 동영상의 초음파영상진단기(모델명 HDI4000)가 미국 산부인과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필립스 입장에선 메디슨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필립스는 지멘스를 따돌리기 위해 채권단측에 최적의 인수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메디슨이 내거는 다양한 요구 조건을 존중하기로 함으로써 메디슨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냄으로써 지멘스를 저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외에도 메디슨이 최근 영업 실적의 호전으로 독자 생존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어 인수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등 지멘스의 메디슨 인수협상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또 지멘스가 메디슨 인수에 실패한 이후 어떤 형태로 의료기기 사업을 한국시장에서 전개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