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두달 동안 SK텔레콤의 KT 최대주주 등극, 파워콤을 둘러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의 쟁탈전, SK글로벌의 두루넷 전용회선부문 인수,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결별 등 통신사업자간 이합집산이 잇따르면서 업체간 지분관계도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상호견제와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서로 지분을 출자하거나 경쟁상대측 지분을 매입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그 관계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면서 개별업체의 행보에 대한 평가와 전망도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불규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에도 각 사안의 후속 효과에 따라 개별 주가는 물론 전체 통신주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업체별 역학구도 속에서 개별 주가를 짓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 호재 끝에 악재=KT 정부지분 매각에 참여해 교환사채(EB)까지 합쳐 총 11.34%의 지분을 확보하며 KT의 최대주주에 오른 SK텔레콤은 증시에서 줄곧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후 계속해서 인터넷포털 라이코스코리아 인수, 케이블방송사업자인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KDMC) 최대지분 확보 등 연이어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긍정적인 면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지난 5일 같은 계열인 SK글로벌이 당초 인수를 추진해오던 두루넷 전용회선부문을 인수하기로 최종 낙착되면서 일부 부정적인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선통신부문 진출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는 피해갈 수 있게 됐지만 SK글로벌이 보유중인 3.8%의 SK텔레콤 지분을 두루넷 전용회선부문 인수대금 명목으로 시장에 풀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KT 최대주주 등극 이후 “KT경영권에 관심없다면 지분보유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정통부 윤허까지 받아내며 물량부담(오버행)을 떨어낸 SK텔레콤으로서는 뜻밖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잘 안풀리는 하나로통신=지난 5일 한국전력측이 파워콤 지분입찰이 유찰됐다고 발표하면서 하나로통신은 울분에 가까운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산업자원부가 수의계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데이콤이 8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같은 날 터진 SK글로벌의 두루넷 전용회선부문 인수사실은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전략적 제휴 또는 합병이 물건너 갔음을 더욱 명확히 밝혀줬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놀리고 있는 하나로통신으로서는 파워콤 인수에서는 밀리고, 두루넷한테는 외면받는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KT, SK텔레콤 지분매각 여지 줄어=일단 정통부가 SK텔레콤의 경영권 참여 차단막을 마련한 이상 KT로서도 무리하게 SK텔레콤 지분을 시장에 내다파는 ‘모험’은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1∼2%대의 SK텔레콤 지분 매각 의지를 내비치며 SK텔레콤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경고의 의미보다는 ‘압박용 카드’로서의 의미가 더욱 크다. 앞으로도 KT가 9.8%에 달하는 SK텔레콤 지분을 시장에서 대량처분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능성을 근거로 SK텔레콤이 안심하고 두루넷 전용회선부문 인수를 SK글로벌에 이양했다는 일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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