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기업 지멘스가 법정관리중인 메디슨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메디슨의 독자회생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메디슨 부도의 직격탄이 된 현금유동성에 대한 문제점이 점차 수그러드는 시점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메디슨의 매출 후 입금액 비율은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실 위주로 돌아선 메디슨의 최근 정책도 독자회생론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메디슨은 부도 여파에도 불구, 상반기중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중 약 460억원이 초음파진단기를 통해 올린 실적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 2월 부도 직후 세웠던 432억원의 매출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영업실적은 영업목표의 약 50%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메디슨의 매출실적을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기 매출이 주로 하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디슨이 올해 목표한 1200억원의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메디슨의 안정적인 현금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뛰어난 연구인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메디슨을 굳이 해외기업에 넘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학계와 업계의 지적도 독자회생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업계의 선두기업이란 상징성뿐만 아니라 기술인력을 고스란히 외국기업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메디슨은 지난 98년부터 필립스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 제조업체가 직접 연구개발하는 주문개발자생산(ODM) 방식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초음파영상진단기 분야에서 그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용공학교실 김선일 교수는 “메디슨은 국내 의료기기 수출액 중 70%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국산 브랜드의 명성을 한껏 높여 온 기업”이라면서 “메디슨의 회생을 통해 침체된 국내 의료산업의 재도약을 꾀했으면 한다”며 메디슨의 독자회생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메디슨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인수합병(M&A)이 반드시 메디슨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3자의 출자를 통한 독자회생방안도 함께 고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메디슨의 독자회생 방안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시사했다. 즉 출자전환·채권탕감 등을 통해 메디슨의 부채규모를 약 1000억원 이하로 끌어내릴 경우 얼마든지 독자회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메디슨 독자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단과 법원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메디슨의 높은 기술력 등을 고려해 채권단측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