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 객장은 과거처럼 사람들로 북적대지 않는다. 굳이 증권사 객장에 가지않고도 사무실과 집에 있는 PC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 얼마든지 주식 매수·매도 주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HTS에만 접속하면 수시로 주식시세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종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증권사 객장에 나가서 상담직원과 긴시간 얘기하지 않고도 엄청난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 쏟아진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결코 녹록지 않은게 각종 차트나 기술적 분석이다. 증권사 데일리(일보)에 각종 차트 유망종목이나 기술적 지표들이 소개되는데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외면하기도 힘들다.
마음 독하게 먹고 공부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잠깐. 일목 균형표, 스토캐스틱, 역시계곡선, MACD 등등 무슨 차트와 기술적인 분석들이 그렇게 많은지 시쳇말로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다.
하지만 HTS를 잘 활용하는 현명한 투자자라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HTS가 종목별로 각종 차트를 분석해 매도 및 매수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주식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직접 각종 차트를 불러내 분석해 보는 것도 주식투자의 또 다른 재미다.
이제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HTS는 없어서는 안될 ‘증권투자의 지름길이자 나침반’이다. 이 때문에 HTS를 이용한 주식거래가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를 반영, 대부분 증권사들이 앞다퉈 HTS 기능개선에 나서고 있다.
◇HTS 없이 주식투자도 없다=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의 온라인증권 거래비중은 5월 현재 전체 거래실적의 51.3%를 차지하고 있다.
부문별 온라인거래 비중은 주식 65.2%, 선물 42.8%, 옵션 59.0% 등이다. 이 통계는 주식의 온라인거래 비중이 국내 증시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장별 온라인주식 거래비중은 거래소가 59.0%, 코스닥 77.2%로 코스닥의 온라인거래 비중이 거래소보다 다소 높다. 협회측은 이같은 온라인거래의 확산은 온라인거래를 주로 하는 개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온라인거래의 확산으로 온라인거래 계좌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주식 거래의 활성화로 지난 5월 현재 온라인계좌 수가 전월보다 2.6% 증가한 56만3895계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록 온라인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상당수 주식 투자자들이 HTS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 설치해 주식투자에 활용하는게 아주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온라인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율이 기존 증권사 온라인 수수료율의 5분의 1 정도(평균 0.03%)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유치에 적극 나서 향후 증권사 시장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존 증권사들의 온라인 거래가 전체 온라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온라인 증권사들의 인지도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데이트레이더나 선물· 옵션 투자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증권사들의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사이버 객장을 장악하라=이처럼 온라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자 증권사들간 홈트레딩시스템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한마디로 전쟁을 방불케한다. HTS의 기능이 타증권사보다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이탈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HTS 업그레이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갈수록 더욱 심해질게 분명하다.
특히 최근 각 증권사들이 HTS·투자정보시스템·데이트레이딩시스템·시스템트레이딩시스템 등 기능을 두루 갖춘 통합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HTS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단순히 기능경쟁에서 탈피해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점도 최근 HTS의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다. 인터넷 증권거래 및 인터넷 뱅킹 시스템 평가기관인 스톡피아가 최근 국내 3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HTS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단순히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던 것에서 탈피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 확충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HTS 사용자들이 급증하면서 네트워크에 가해지는 부하가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고 네트워크장비나 서버장비 증설은 물론 전산부문의 아웃소싱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시 서버나 네트워크에 부하가 심해질 경우 투자자들이 HTS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근들어 데이트레이더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IT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옵션 거래도 HTS면 OK=최근 선물·옵션 거래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식투자보다는 리스크가 많지만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상당수 증권사들이 기존의 HTS와 별도로 선물·옵션 전용 HTS를 개발, 보급에 나서고 있다. 물론 기존 HTS에서 선물·옵션거래도 가능하지만 선물·옵션에 적합한 각종 전문정보나 맞춤정보를 제공, 선물·옵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인 겟모어증권의 묵현상 사장은 “선물·옵션거래가 일반 주식투자보다도 수수료가 높아 이 부분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선물·옵션 시장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선물·옵션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이나 분석 기능을 HTS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기업 주식도 이제는 안방에서=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도 안방에서 사고 팔 수 있다. 과거 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성과급이나 스톡옵션 형태로 외국 주식을 소유하곤 했는데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증권예탁원은 최근 미국 주식 거래를 위한 HTS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의 가동으로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아멕스 시장에 상장된 미국 주식을 H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주식예탁증서(DR)의 거래는 물론 데이트레이딩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미국 미다스트레이드증권이 한국 고객들의 주문을 실시간으로 미국시장에서 결제하고 증권예탁원이 국내 고객들이 매수한 미국 주식을 뉴욕은행을 통해 보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동원증권은 일본의 아이자와증권과 업무 제휴를 맺고 투자자들이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 도쿄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조만간 일본은 물론 4개국 연계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HTS를 이용해 거래할 수 있는 외국기업 주식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HTS가 증권거래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특히 해킹이나 거래 폭주로 인한 시스템 다운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식 투자자들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ID와 패스워드를 도난 또는 분실할 경우 심각한 재산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해커에 의해 거래 내용은 물론 개인의 증권거래 내역 등 사생활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선 전자서명 공인인증서비스나 보안서비스 등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부하에 따른 시스템 다운 문제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시스템 다운으로 투자자들이 제때 주식을 매매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불만은 증권사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데이트레이더가 증가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에 노출될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따라서 시스템 다운이나 이용자 폭주에 대비하기 위해 백업 시스템 등 IT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하는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들어선 HTS를 통한 일임매매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들어 5월까지 증권관련 민원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HTS계좌가 선물·옵션 일임매매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제반 문제점들이 해결될 때 HTS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성있는 투자도구로 각광받을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