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대표되는 현재의 전자소자 기술은 반도체 내 전하를 전기장으로 제어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자의 물리적 성질에는 전하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적 특성인 고유한 회전운동인 스핀(spin)을 갖고 있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동시에 지구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듯 원자세계에서도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공전운동과 동시에 전자축을 중심으로 자전운동을 하고 있으며 바로 전자의 자전운동이 바로 스핀이다.
이 전자 스핀의 특성은 회전의 방향으로 결정되는데 ‘스핀업’이나 ‘스핀다운’은 ‘시계방향’ 또는 ‘시계반대방향’처럼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다. 이같은 스핀의 방향을 ‘업’ 또는 ‘다운’ 방향으로 바꾸면 하나의 트랜지스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핀이 시계방향으로 돌 경우 ‘0’으로 인식하고 반대방향으로 돌 경우 ‘1’로 인식할 수만 있다면 전자 하나가 1비트가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스핀이론을 바탕으로 한 기억장치가 바로 자기메모리, 즉 M(Magnatic)램이다. D램 등 기존 메모리는 셀이라 불리는 장소에 전기를 축적, 정보를 기억하는 데 비해 자기메모리는 전자 자전스핀의 차이로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노크기의 극소형 자석을 많이 모아놓고 각 자석의 N극과 S극을 인위적으로 배열하면 메모리 소자가 된다. 이 메모리 소자는 자석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기메모리라 불린다.
현재 개인용 컴퓨터(PC)의 하드디스크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지만 속도가 느려서 일반적인 기억소자로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발달하면서 자기메모리가 현재의 D램을 대신해 새로운 메모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램은 종래의 램과는 달리 거의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M램을 이용하면 추가의 전력수요없이도 보다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명이 긴 우주탐색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기존 메모리의 크기를 100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어 통화하는 내용을 모두 저장할 수 있는 내장메모리를 가진 휴대폰이나 손목에 차는 PDA의 개발도 가능하게 된다.
또 전력이 끊긴 후에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특성으로 인해 컴퓨터에 스위치를 넣을 때마다 기다려야 하는 긴 시동기간을 없애는 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M램이 컴퓨터의 메모리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의 대역으로도 사용될 경우 원칙적으로 같은 칩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게 돼 오늘날 컴퓨터의 주요한 걸림돌인 하드디스크로부터 데이터를 검색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지체를 제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대기업들은 M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IBM은 독일 인피니온사와 공동으로 오는 2004년까지 256MB 자기메모리를 생산하기로 하는 등 향후 2, 3년 이내에 M램 시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