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어바이어코리아의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국내 무선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 무선랜 시장은 지난해 각각 40%대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기와 어바이어가 양분해왔으나 그동안 호시탐탐 시장확대를 노려온 경쟁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하반기에는 선후발업체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무선랜 시장에서는 지난해까지 국내에서는 해외시장의 명성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대표 김윤)가 올초 무선랜 영업망을 강화하며 기업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1400여개 지사를 보유한 삼성화재해상보험과 기업은행 본점의 무선랜 사업권을 획득, 올해 기업용 무선랜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로 꼽히는 금융권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기의 텃밭으로 불리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사업권을 따내 더욱 주가를 높였을 뿐 아니라 어바이어코리아를 제치고 기업용 무선랜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공중망 무선랜 시장에서는 인텔코리아(대표 김명찬)가 돌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기업시장에 주력해온 인텔은 최근 KT와 무선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중망 시장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인텔은 비록 이번 MOU가 펜티엄4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를 토대로 무선랜카드를 비롯한 무선랜 장비를 KT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도 하반기 무선랜 시장의 또다른 변수다. 그동안 OEM 중심의 무선랜 사업을 전개해온 LG전자는 최근 국산업체인 제이엠피시스템과 공동개발한 무선랜 신제품을 내놓으며 무선랜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자매사인 데이콤의 힘을 얻고 있어 사업전망이 더욱 밝은 상황이다.
이미 LG전자는 데이콤의 공중망 무선랜 시범서비스용으로 50개 가량의 액세스포인트(AP)를 공급한 상태이며 8월 상용서비스용 장비공급을 위해 예정돼 있는 1000개 규모의 AP입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상반기 공중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엠엠씨테크놀로지, 아크로웨이브 등 국내 중소장비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하반기 무선랜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