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4부(1)U도시(u-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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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물리공간의 기능이 가장 고도로 집적된 동시에 온갖 종류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공간이다. 물리공간의 대표 공간인 도시공간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면서도 주택, 교통, 환경, 범죄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골칫거리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는 두 얼굴을 갖는 공간이다. 인간에게 도시는 기회이면서도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를 예로 보자. 2001년 말 현재, 서울시의 총인구는 1033만명이며, 학교는 초·중·고·대학교 합쳐 1224개가 있다. 71만9536개의 사업체가 있으며 지역내총생산액(GRDP)은 108조원으로 대전의 9.4배, 강원도의 8배가 넘는다. 이것은 분명 기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시의 앞면이다.

 그러나 도시의 뒷면은 너무나 암울하다. 지난 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한 순간에 무너지며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502명이 사망했다. 서울의 오존주의보 발생 건수는 96년 11회에서 2000년에는 22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의 증가로 교통체증은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험이 도시 전체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매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보면 전체 예산의 42.5%인 4조5200억원이 도시안전관리와 환경보전, 도로교통 등의 분야에 배분(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순계기준)된다. 도시계획, 교통계획, 환경계획 등 많은 계획도 수립되어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도시 문제가 1년 전과 비교해 별로 나아졌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정보화도 추진되고 있으나 25개 자치구까지 모두 포함해 전체 예산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정보화 내용도 자산취득이나 시설장비 유지에 집중된다.

 더 이상 물리적인 도시계획이나 개발로는 도시공간의 기능개선과 문제해결, 삶의 질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 단순한 정보화로도 역부족이다. 이제는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통해 도시공간을 재창조해야 한다. 물리적 계획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차원의 정보화에 눈을 떠야 한다. 산업혁명이 2차 도시혁명을 가져왔다면 유비쿼터스 혁명은 3차 도시혁명으로 불러올 것이다.

 도시에는 수많은 공간(space)과 사물(things) 그리고 사람(people)들이 각자의 활동을 수행하며 존재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도시혁명의 발상은 이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데 있다. 물리적인 요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도시계획은 이들을 하나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것은 계획의 실패라기보다는 물리적 공간의 특성, 즉 시간과 거리 그리고 공간의 고정성이라는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정보기술 혁명은 공간, 사물, 사람 그리고 활동을 어떻게 하나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유비쿼터스 도시(ubiquitous city, U-city)는 어떻게 공간, 사물, 사람, 활동 등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을까.

 도시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공간이 존재하며 이들 공간 속에는 각각 다른 사물, 활동, 사람, 활동 등이 존재한다. 도시공간들간의 연결은 3차원으로 이루어진다. 광대역 유선네트워크(broadband network), 모바일 네트워크(mobile network), 무선네트워크(wireless network)가 언제, 어디서, 어떤 단말기로든 공간을 연결해주는 기반구조이다. 이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고속도로가 전국토공간을 연결하듯이 광대역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은 모든 도시공간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모바일 네트워크도 모든 공간을 동일한 방식으로 빈틈없이 연결한다.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전국 어디에서든지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무선네트워크는 도시공간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수없이 많은 백화점, 박물관, 시장, 교량, 체육관 등 특정 용도의 내부 요소들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도시공간에 존재하는 사물간의 연결은 센서, 안테나, 집적회로(IC)기능 등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컴퓨터를 사물속에 집어 넣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실현된다. 이를 센서 네트워크(sensor network)라 부른다. 이를 통해 사물이 지능화되고 사람과 사물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MIT 연구소의 케빈 애시턴은 월마트의 모든 점포에 존재하는 300억개에 달하는 사물(상품)들을 모두 하나의 센서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또는 공동체)의 연결은 사람과 공간,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들간의 연결을 의미한다. 사람이 중심이 된 이러한 연결들은 지금보다 훨씬 사용하기 쉽고, 사람의 신체처럼 자연스럽게 일체화된 ‘입는 컴퓨터’나 단말기를 통해 구현된다. 특히 공간, 사물, 사람간의 연결은 IPv6라는 새로운 주소체계를 통해 공간적 위치성이나 식별성은 물론 정체성이 더욱 고도화되고 실시간 연결도 가능해진다. 이를 테면 집의 번지수를 찾아 헤매거나 한강대교의 몇 번째 교각에 문제가 있는지, 어떤 가로등이 고장나 있는지를 직접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사람이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원하는 공간, 사물,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도시공간, 도시사물, 도시사람들간의 연결 체계 속에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신선한 정보들이 공간-사물-사람간에 실시간으로 흘러다닌다. 사람이 사물에게 지시를 하거나 사물 스스로 사람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공간, 사물, 사람간의 전방위적인 연결은 유비쿼터스 도시(U-city)에서 정부, 기업, 시민 등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고, 지능적이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실현시켜 준다.

 유비쿼터스는 평온하고(calm), 지능이며(intelligent), 도시민의 요구에 가장 적합하며(tailored), 소모적이지 않고 생산적인(yield) 도시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따라서 도시 정부도 고도로 연계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속에서 공간, 사물, 사람, 활동 등이 하나로 연결된 유비쿼터스 도시 창조를 위한 새로운 ‘U도시’ 계획을 준비할 때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시 인프라: SOC에서 SoC시대로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시 경쟁력은 전통적인 개념의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온칩(SoC:System on Chip) 기술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도로망, 철도망, 상·하수도망 등 지금까지의 도시 인프라는 더 이상의 도시발전을 주도할 수 없다. 도시 발전을 이끌 새로운 대안인 도시형 SoC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때다.

 SoC 인프라는 도시 활동을 보다 지능화하는 칩과 칩의 네트워크(chip network) 또는 센서와 센서 네트워크(sensor network)로 구성된다. 도시 공간과 환경 그리고 도시정부의 공공시설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에 감지(sensing), 추적(tracking), 감시(monitoring), 행동화(actuator) 역할을 수행하는 칩을 식재하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SoC 네트워크’는 도시의 기능을 제고하는 기본적인 인프라로 활용될 것이다.

 도시의 수많은 가로등과 교각, 상수도 파이프라인, 건물의 구조물, 폐수나 대기오염 배출구 등 모든 사물을 공무원들이 매시간 빠짐없이 문제나 상황을 감시하고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도 도시속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방치되고 비효율을 초래한다.

 서울에는 8만여개의 소방대상물, 12만여개의 가로등, 5만7000대의 중장비, 8600개의 환경오염물질배출시설 등 수많은 시설물이 있다. 여기에 센서를 심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상황정보를 수집,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월마트가 300억개의 상품에 바코드 수준의 값싼 칩을 심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모든 유통경로를 관리한다는 구상은 매우 의미 있는 미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