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가격이 지금보다 절반 가까이 인하될 것이다. 컴팩과 합병한 HP가 서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인텔의 시장확산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면 향후 서버시장을 주도하는 큰 흐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인텔·HP)
“문제는 안정성이다. 인텔이나 향후 칩 전략을 인텔과 함께 가고 있는 HP측에서는 고객의 투자보호가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일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텔의 차세대 64비트 프로세서 ‘아이테니엄2’가 9일 공식 출시됨에 따라 인텔아키텍처(IA) 기반의 서버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술력 제고와 대규모 협력체계를 갖추는 등 각고의 준비를 해 온 만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이렇다할 레퍼런스사이트 하나없이 ‘싱겁게(?)’ 끝나버린 1라운드와 다를 것이라는 게 인텔과 HP측의 확신에 찬 주장이다.
그러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경쟁사들은 최적화한 애플리케이션·데이터베이스(DB) 확보의 어려움과 유닉스 진영의 반격 등으로 실질적인 IA64시대의 개막은 내년 이후에나 돼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이테니엄2’ 기반 서버 속속 선보여=한국HP를 선두로 IBM·유니시스·SGI 등 서버 사업자들도 4분기 아이테니엄2가 탑재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될 HP의 제품은 rx2600·rx5760 두 종류로 각각 2웨이와 4웨이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rx2600은 기존 HP의 rp5470 제품과 칩만 교체된 동일한 제품으로 비록 로엔드 제품이기는 하나 경쟁사들이 우려하는 안정성 문제를 직접 공략하고 나섰다. 또 64비트 전용 운용체계(OS)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유닉스 OS인 HP-UX를 탑재, 칩에 관계없이 OS와 기존 애플리케이션이 가동될 수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한국IBM은 LGIBM을 통해 오는 10월께 제품을 출시, 4분기 중에는 국내시장에 아이테니엄 서버를 선보일 계획이며, 고성능컴퓨팅 분야와 그래픽 분야에서 시장우위를 점하고 있는 SGI코리아도 늦어도 내년 초 서버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윈텔’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하이엔드급 윈도/NT서버를 바탕으로 한 유닉스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유니시스에도 아이테니엄2 전략은 중요하다. 다만 자체 OS가 없기 때문에 MS의 64비트 전용 OS인 닷넷서버의 안정성과 함께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내 사업자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이트박스 등 기존 IA 서버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제조업체들도 이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특히 인텔이 8웨이급 32비트 기반의 IA서버부터는 소수의 채널정책을 펼치고 있어, 64비트 서버를 책임질 인텔의 채널도 본격적인 시장개화를 대비하고 있다.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DB 확보가 관건=‘아이테니엄1’이 장착된 서버가 공급된 수요처로는 국내에서 원광대가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사업자 중에는 공식화하지 못할 뿐 몇 군데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고 밝히지만, 어쨌든 몇 대 정도로 공급이 그친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은 안정적인 전용 OS, 또 64비트 기반에서 가동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지원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IA서버와 달리 아이테니엄2가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이 ‘미션크리티컬’한 부문이라면 64비트 칩에서 가동될 수 있는 DB개발도 관건이다.
이에 대해 IA진영은 아이테니엄1과는 현격히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HP 관계자는 “오라클9i DB나 MS 전용 OS 닷넷이 개발자 버전으로 이미 나와있고, 조만간 성능 테스트를 마치고 출시될 예정인 만큼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초기 시장을 주도할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나 보안, 테크니컬 분야의 애플리케이션 등에서는 국내외 다수 솔루션 사업자들이 포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당초 WAS 분야가 64비트에서 가동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부각될 것으로 점쳤으나 오히려 보안분야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국HP가 어울림정보기술을 비롯한 주요 보안업체에 포팅을 완료했으며, 인텔의 전략 채널도 주요 보안업체와 아이테니엄2 서버 기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전망=최근 한국IDC는 ‘아·태지역 2002 서버 비전’에서 64비트 기반의 IA 칩 아이테니엄이 장착된 서버 플랫폼은 오는 2006년 9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32비트 기반의 IA서버를 포함한 인텔 칩은 2005년을 기점으로 기존 유닉스 서버의 근간을 이루는 RISC 칩 기반의 서버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돼 전체 서버산업에 미치는 인텔의 영향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들이 기존 유닉스 서버에서 돌던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테니엄 기반으로 옮겨달라는 주문에 따라 컨설팅 서비스 영역도 동반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시장의 개화시점이다. 이미 한국HP를 비롯한 서버 사업자들이 장기적으로 아이테니엄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열릴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리하지 않지만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빠른 속도로 유닉스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한국IDC에서는 오는 2003년 말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즉 객관적 요건이 성숙할 때까지 사업자들이 무리해서 아이테니엄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고, 알파칩과 RISC 칩을 아이테니엄으로 통합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HP의 마케팅이 본격화되는 2004년에 가야한다는 의미다.
물론 아이테니엄2를 드라이브하는 당사자들은 가격인하 효과, 서버 주기의 단축 등으로 2003년 중반부터는 레퍼런스 사이트가 본격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