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속락 따른 업계 파장·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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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8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종가(1204.90원)보다 5.90원 낮은 달러당 1199원에 거래를 시작, 오후 한때 1191원대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구두’ 개입을 했으나 환율하락은 막지 못했다.

 ◇날개잃은 환율=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0년 12월 12일(1190.10원)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 주말 120엔대를 회복했던 엔·달러 환율이 이날 다시 119엔대로 떨어진데다 지난 주말 반등에 이은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이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가상승,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겹친 것도 환율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IT수출 영향=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기·전자 완제품을 수출하는 국내업체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환율은 달러당 1290원. 손해를 안보고 수출할 수 있는 최저환율인 손익분기점 환율은 1241원이다. 또 전자부품 수출업체는 이보다 높은 1288원과 1246원을 각각 적정 환율과 손익분기점 환율로 보고 있다. 이는 섬유·기계 등 타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원화강세가 계속되면서 비교적 환율 안정지대로 꼽히던 이들 IT분야 수출도 압박을 받고 있다. 8일 달러당 1192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4월 초순께에 비해 원화가치가 약 3개월 만에 13% 가까이나 평가절상된 수치다. 이는 곧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2억달러 감소와 그에 따른 101억4000만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진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원·달러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자사 순이익이 1조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있다. 

 ◇전망과 대책=국책은행을 비롯한 일부 반발 매수세로 인해 이날 환율 하락폭이 줄기는 했으나 매도심리가 여전히 우세해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가절감 노력을 강화하면서 가격인상 등 특단의 대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경영계획을 잡을 때 환율을 1150원으로 산정해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매시스템 혁신 등을 통해 원가구조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 환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역시 환율변동에 대비한 헤지거래 비중이 30%를 웃돌아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시로 환율동향을 점검하면서 사업계획에 유연하게 반영하고 있다.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하락은 절상폭이 크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선 중소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더 큰 위협”이라며 외환당국의 적절한 개입을 당부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