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 동부전자 관계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경쟁사인 아남반도체에 각각 500억원과 100억원을 출자키로 하면서 양사의 협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남반도체(대표 김규현)는 8일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으로부터 주당 액면가 5000원에 각각 500억원(1000만주)과 100억원(200만주)을 출자받아 총 12%의 지분을 동부그룹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화재의 투자금액은 자본금 344억원의 141.2%에 달하며 단일종목에 투자하는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아남반도체 관계자는 “현재 아남으로서는 월 3만장인 생산규모를 늘리고 0.18미크론 공정을 0.13미크론으로 미세화하기 위해서는 추가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반면, 동부는 이제 시작단계라서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증자는 양사의 생산라인과 거래처를 활용해 공생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동부전자 관계자는 “양사의 최고위층에서 결정한 상황인 데다 아직까지 동부화재나 동부생명으로부터 직접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어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양사가 윈윈할 수 있는 여러 협력모델이 가능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남측은 이번 증자대금 600억원을 기존 디지털신호처리(DSP)를 0.13미크론 공정에 투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 고객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협의해 동부전자의 음성공장에 DSP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동부의 지분확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아남반도체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디딤돌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으나 아남반도체의 지분 42%를 확보하고 있는 대주주가 미국의 앰코테크놀로지(ATI)라는 점에서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아남반도체는 반도체 시황 악화로 제2공장 설립이 불투명해지면서 말레이시아 실테라 등과 제휴를 타진해 왔으나 무산됐고 동부전자는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 고객 확보에 주력해 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