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업체로부터 반도체 제조용 중고장비를 사들여 기능을 개선한 후 다른 소자업체에 되파는 중고장비 판매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신장비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고장비를 구입하려는 소자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를 중개해주는 국내 장비업체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제조용 중고장비 판매시장은 연간 300억원 규모로, 2조원 규모인 미국이나 2000억원 규모인 일본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최근 참여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규모는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설비업체 성도이엔지(대표 서인수)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미국의 소자업체들이 사용하던 중고장비를 들여와 노후된 기능을 보수, 신장비처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리퍼비시(refurbish)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이달들어 반도체 전공정용 장비업체 실리콘테크에 약 98만달러어치의 장비를 공급,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테크(대표 우상엽)는 동경엘렉트론코리아에서 경력을 쌓은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일본 도쿄엘렉트론 등 유수 브랜드의 중고장비를 신공정에 맞도록 기능을 개선하는 리모델(remodel)사업과 리퍼비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스공급장비 전문업체 아토(대표 문상영)가 10여개 중소 장비업체들과 손잡고 사내에 장비사업팀을 신설하고 리모델 및 리퍼비시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사업분야를 리퍼비시 및 리로케이션(relocation)과 반도체장비 개발로 정한 넥소(대표 문종)는 올해 초 대만·일본의 소자업체와 450만달러 규모의 리로케이션 계약을 맺는 등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부상한 리로케이션은 일부 중고장비를 매입해 기능 개조·개선 후 수출하는 방식보다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생산라인 플랜트 전체를 타 지역 또는 타 국가에 이전한 후 일정 기간 설비 전체에 대한 운용을 책임지는 사업이다.
이들 회사 외에도 반도체 전후공정장비 제조 노하우를 축적한 대부분의 장비 개발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중고장비 판매 및 유지보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중고장비 판매사업 호조와 함께 시장 참여업체가 잇따르는 것은 사업성이 없는 일부 반도체라인을 매각하려는 소자업체가 생겨나면서 매물이 늘어난데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장비를 도입하려는 소자업체가 증가하면서 매물소화가 신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이 확산되자 일본에서는 중고 반도체장비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포털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도시바 등 일본의 15개 업체가 투자한 반도체 포털사이트 세미컨덕터포털은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3개국어로 중고장비 중개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반도체장비 선진국에서는 반도체 중고장비 중개사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중국 등의 소자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중고장비를 선호하고 있다”며 “이 시장은 신규장비시장과는 별도로 성장하는 추세여서 중고장비 판매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국내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