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T산업 현황과 남북 IT교류·협력 추진방안을 담은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9일 북한 IT심층기획 조사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북한의 IT현황 및 남북교류 협력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남북 IT교류 분야 전문가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장)이 수행한 이 보고서는 크게 △북한 IT산업 기술정보 현황 △남북한 정보기술 비교 및 정보교류 협력방안으로 나뉘어 북한의 주요 IT 관련기관 및 정보유통 현황, 기술정보의 남북교류 협력 및 절차, 남북 IT 교류협력 방안 및 향후 추진방향 등에 관해 체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IT산업 기술정보 현황=최근 북한에서는 IT가 국가의 경제회생을 가져다준다고 보고 IT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과학기술 교육은 수학 등 기초과학과 이론은 상당 수준에 달했으나 인터넷이 아직도 수용되지 않고 바세나르협약 등의 제한으로 고성능 기기의 반입에 제한을 받고 있어 첨단 과학기술 교육에 많은 지장이 있다.
북한은 그동안 코콤과 바세나르협약의 규제를 받아 대형 컴퓨터의 도입은 매우 어려웠으나 조선콤퓨터쎈터나 평양정보쎈터 등의 연구소와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등에는 최신 워크스테이션과 PC가 상당수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자본이 많이 소요되는 하드웨어 산업보다는 인간의 두뇌와 창조력만 있으면 훌륭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지털만화 등에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가상현실분야에도 진입하려 하고 있다. 북한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국내 수요뿐 아니라 해외수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열악한 하드웨어 환경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초이론과 새로운 알고리듬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하드웨어 환경이 들어간다면 국제경쟁력 있는 제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열악한 경제사정과 여러 국제정치상의 제약으로 첨단 장비 도입이 곤란해 하드웨어 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북한은 많은 과학자들이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인터넷의 수용이 가능한데 정책적으로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역기능을 제거하면서 인터넷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제한적이기는 하나 해외에 있는 사람이 북한에 있는 사람과 전자우편을 교환할 수 있는 봉사도 시작됐다. 북한은 최근 인트라넷과 방화벽에 관한 연구가 완성단계에 있고 국내망에 연결된 웹사이트 수와 국내망의 이용자 수가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볼 때 머지 않아 인터넷의 도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주관하는 컴퓨터망정보봉사(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용자를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남북한 IT 및 정보교류 협력방안=6·15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정보기술 분야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괄목할 만한 진전과 성과를 이루었다. 경협모델도 기존 하드웨어 위주의 단순 임가공에서 소프트웨어 등 기술협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왔다.
남북한간 IT교류를 위해서는 먼저 ‘상호 알기’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남북간 왕래 자체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남북간 IT교류 및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기초작업은 남북 IT인프라의 구축을 우선시해야 한다. IT 및 정보교류는 정보자료의 교환을 시작으로 데이터베이스의 공동구축 및 활용, 이를 위한 기초기술의 개발과 표준화, 그리고 과학기술 인력의 교류를 포함한다.
이와 함께 남북 정보통신 기술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남과 북 상호간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표준화를 통한 남북간의 기술적 이질감 해소 △북한에 대한 기술이전 추진 △북한내 정보통신 설비와 장비의 구축 △북한의 기술인력 양성 및 우수인재 활용에 관한 정부의 정책지원 마련 △산업분야별 남북 커뮤니케이션 채널구축 및 창구의 일원화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도 개선 등이 시급하다.
아울러 아직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국내법제에 있어 남북 교류협력을 충분히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에 미흡한 조항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을 규제하는 조항들을 촉진 조항으로 개정하는 등 관련 국내 법제의 개선·보완이 요구된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