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이비’의 탄생과 포켓시리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겠다. 제작인력도 몇명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궁리했다. 감독, 기획, 제작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적은 인원이었기에 우리는 ‘전원 기획, 전원 제작’이라는 체계를 세웠다.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힘을 발휘했던 ‘전원 공격, 전원 수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 늘 주장하는 ‘전 멤버의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기치 아래 경리담당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
처음 고려된 것은 제작역량에 맞는 작품의 개발이다. 무작정 장편을 기획하고 그에 대한 데모필름을 만들어 외부에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었지만, 그것을 피하기로 했다. 그것은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좇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힘만으로도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을 통해 방영할 수 있는 짧은 분량의 애니메이션인 스팟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잡았다.
작품의 기획은 먼저 어떤 형태와 내용이든 이야기를 풀어갈 단초가 되는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작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또한 큰 고민거리였다. 우린 당시 청소년들에게 유행이었던 ‘엽기’ 컨셉트로 생각을 거듭하다가 어느날 내가 내놓은 ‘능청스럽게 행동하는 아기’라는 내용에 끌려 아기 캐릭터를 개발하게 됐다. 그리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 결국 아기 3명, 벌레 3마리라는 지금의 캐릭터군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제목은 비교적 쉽게 정해졌다.
‘오∼ 베이비’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그런데 좀 당황스런(?) 일이 발생했다. 아이디어의 첫 단초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난 엉겁결에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었다. 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나로서는 감독 데뷔라는 기쁨보다는 그 책임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던 게 당시 솔직한 심정이었다.
캐릭터와 기본적인 이야기의 전개방향과 장르가 정해졌으나 문제는 많이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대세를 이루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었고 우리 같은 3D 애니메이션도 몇개 작품이 서비스되고 있는 터라 과연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이었다. 물론, 작품의 독창성으로 승부를 하면 된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은 시장에 흘러 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중에 문득 떠오른 것이 ‘모바일’이었다. 차기 IT의 트렌드는 모바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콘텐츠라고 해서 새로운 트렌드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모바일시장에 컨셉트를 맞춘 모바일 방영서비스 애니메이션. 그래서 찾아낸 것이 ‘포켓(Pocket)’이라는 단어였다. 모바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고, 또한 친근감을 주는 단어다.
우리 모두는 포켓이라는 말에 흡족해 했고, 이를 아예 하나의 애니메이션 장르로 만들기로 했다. 이는 마케팅 전략적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장르가 창조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우리 제작팀의 손으로.
<최영규 매직큐브 감독 youngkyu@magicc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