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부활은 사실이었다.
‘2002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해 올드 팬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감동을 선사한 ‘바닐라 퍼지’가 다시 뭉쳤다.
바닐라 퍼지는 60년대 사이키델릭 문화의 중심에 선 주인공. 감각적인 리메이크와 다양한 음악적 기법을 시도하면서도 결코 대중과 유리되지 않은 팀이 바로 바닐라 퍼지다.
이번에 발표한 ‘VANILLA FUDGE 2002’도 자신의 곡들보다는 당대의 히트곡을 독특한 방식으로 각색한 것으로 수록곡 12곡 가운데 10곡이 리메이크 곡이다. 특히 백스트리트 보이스·엔싱크 등과 같은 2000년대 아이돌스타들의 곡까지 손을 대고 있어 주목을 끈다.
하지만 바닐라 퍼지의 최전성기인 60년대와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일렉트릭 기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리더격인 카마인 어피어스의 드럼은 도발적이고 파워풀한 헤비드러밍 대신 ‘세션드럼’ 성향의 연주를 펼치고 있다.
‘You Keep Me Hangin` On’은 이런 특징을 대표하는 대작. 60년대의 강렬한 임팩트와 비트와는 달리 노장의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사운드가 이색적이다. 도노반의 명곡 ‘Season Of The Witch’는 환각과 무한세계를 넘나들며 오리지널과는 또 다른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