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산울림·김현식·김광석·들국화의 공통분모는.’
바로 후배 또는 동료 뮤지션들이 존경의 뜻을 담아 만든 앨범을 헌정한 인물들이다. 음악인의 최고 영예로 일컬어지는 헌정앨범, 이른바 트리뷰트 앨범은 죽었든 살아있든 후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만이 누리는 영예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신중현·산울림·들국화가 말해주듯 헌정된 뮤지션은 아무래도 계보작업이 활성화돼 있는 록음악가가 많은 것 또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또 어떤 그룹이 트리뷰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록 역사에서 70년대 말 산울림과 80년대 중반 들국화 사이에는 대학 록그룹들, 말하자면 ‘캠퍼스 록’이 크게 번성했다. 한 시절을 풍미한 캠퍼스 록의 대표라고 할 송골매는 산울림 이후 한국 록의 정통계보를 훌륭하게 이어간 밴드였다.
78년 동양방송 해변가요제에 출전한 캠퍼스 그룹 런웨이의 배철수와 블랙테트라의 구창모를 주축으로 결성된 송골매가 남긴 자취는 거대하다. 82년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TV 인기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폭발적 인기와 이후 10장에 가까운 앨범을 냈을 정도의 강한 그룹 집중력은 어떤 그룹도 해내지 못한 성과로 꼽힌다.
그들의 음악 여정에는 포효하는 청춘의 발열, 예술을 향한 치열한 고민, 제도권을 능히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 등 록이 중시하는 코드들이 숨어 있다. ‘국내에선 안된다’는 밴드로서 대중 모두 사랑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고 게다가 90년대가 열릴 때까지 긴 세월을 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 송골매는 온당히 신중현·산울림 다음으로 한국 록 계보에 위치해야 할 그룹이다. 막 출시된 송골매 트리뷰트 앨범이 내뿜는 의미가 이것이다.
앨범에 참여한 밴드들은 생소하다. ‘시베리안 허스키’ ‘아프리카’ ‘그랜드 슬램’ 등 대중이 잘 모르는 그룹이다.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이들은 대중성을 밴드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려는 송골매 멤버의 노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그룹이다. 이는 곧 스타에 의존하지 않아 음악적 일관성이 존재하며, 선배그룹에 대한 순수한 경배를 담은 진정한 트리뷰트 앨범이라는 말이다. 펑키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시베리안 허스키’의 ‘처음 본 순간’에서부터 이 음반이 헌정앨범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참여 그룹의 면면이 뭐 그리 중요하랴. 그들은 송골매 음악이 세월을 견뎌내는 힘이 있음을 증명하는 데 충실하다. 사운드는 그 시절 사운드의 재현이 아닌 이 시대 음악들인 펑키·하드코어·모던 록이 중심이다. 2장 짜리 CD로 한 장은 마침 오리지널 송골매 음악이라서 그것과 비교해 듣는다면 록사운드의 변천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송골매로서는 음악적으로 뿌듯한 ‘한줄기 빛’이며, 참여한 후배밴드들은 즐겁게 ‘탈춤’을 추고 있다. 화려하진 않으나 모처럼 내용물이 괜찮은 헌정앨범이다.
임진모(www.izm.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