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도 꿈쩍 안했다

 미국 증시의 추이에 따라 크게 출렁거리던 국내 증시가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본체력을 재확인하며 견조한 흐름을 타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잇따른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반도체 등 주요 정보기술(IT)산업의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 이어 부시 대통령까지 기업범죄 전담 수사조직 창설을 주창하는 등 갖가지 돌발 악재가 튀어나와 미국 증시를 억누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보란 듯이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6일 701.87을 단기바닥으로 최근 10거래일 동안 100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코스닥지수도 지난달 26일 56.63까지 떨어진 이후 10거래일 중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1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9126.82에서 지난 9일 9096.09로 떨어지고 나스닥지수마저 같은 기간동안 1423.99에서 1381.14로 하락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증시가 미 증시와의 동조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을 국내 증시와 기업들의 양호한 펀드멘털에서 찾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펀드멘털과 실적이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최근 국내 증시의 강세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창호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 팀장은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드멘털이 양호하다는 점과 미국 증시에서 갖가지 악재들이 돌출, 주가에 반영되면서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최근 국내 증시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6000억원 가량의 순매수 규모를 보이며 손을 뻗치는 것도 한국 증시의 수급여건 개선과 주가 강세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국내 증시가 계속 현재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가 낙폭과대를 만회한다는 측면에서의 상승세를 탔다고 볼 때 향후 추가적이고, 안정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미국 증시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국내 주요 유망주들의 저가 매력 때문에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들도 궁극적으로는 미국 증시와 연계된 투자패턴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으며 그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규모 확대는 미 증시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창호 팀장은 “최근 지수 급등 이후 일정 기간의 숨고르기 상황은 필연적일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으론 종합주가지수 830∼840선은 국내 증시의 독자적인 힘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 이상까지 혼자 뚫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