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하드웨어株 회복 갈길 멀다

 하반기 주가 상승을 이끌 주도주로 꼽혔던 정보기술(IT) 하드웨어주의 회복이 당초 기대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당초 주요 증권사들은 반도체와 LCD 등 하드웨어 중심의 IT경기가 3분기 부터 본격 회복되고 이에 따른 소프트웨어와 SI·서비스업종의 동반 상승세를 기대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업황 개선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시각이 늘고 있으며 주요 기업에 대한 주가 상승 기대치도 많이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IT경기 회복이 더딘 이유로는 역시 환율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국내 IT수출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 경기회복의 지연 등이 공통적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현대증권은 10일 반도체·LCD 등 주요 종목에 대한 투자 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은 ‘강력매수’에서 ‘매수’로 내렸으며 삼성전기에 대한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평균’으로 낮췄다. 삼성SDI·LG마이크론 등 주요 디스플레이 종목에 대한 투자등급은 유지했지만 환율 등의 문제로 소폭의 적정주가 하향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와 LG마이크론은 ‘매수’, 한국전기초자는 ‘단기매수’ 의견을 유지했고, 백라이트유닛 업체인 태산엘시디와 우영은 적정주가에 도달했다며 ‘시장평균’으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등급 하향 조정 이유로는 원화강세에 대한 부담과 3분기 실적 회복 강도가 예상보다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 상승을 이끌 실적 회복 모멘텀은 기존 3분기에서 4분기로 이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번 주요 IT하드웨어주에 대한 하향 평가는 매수 시기와 강도를 조정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메릴린치가 지난 9일(현지시각) 반도체업계의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13개 주요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투자등급과 올해 및 내년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IT회복에 대한 기대가 많이 약해져 있다.

 상반기에는 낙관론 일색이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도 많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만 CSFB·ING베어링·SSB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차별성은 인정하면서도 수요가 늘지 않아 D램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3분기와 4분기에도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크게 개선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