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2005](10)결산 좌담회

 기업정보화는 경영전략이다. 경영전략이라는 말은 기업정보화가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영 그 자체라는 의미를 지닌다. 기업정보화는 정보시대에 기업을 운영하는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업내 효율적인 정보흐름이 이뤄질 때만이 그 기업은 정보화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평범한 결론이나 정답일 수밖에 없다. 전자신문사는 기업정보화지원센터(센터장 임춘성 연세대 교수)와 공동으로 그간 아홉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기업 정보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그간의 내용을 정리하고 발전적인 기업정보화의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편집자

 

 △참석자: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정경원 정보통신부 정보기반심의관

 이병근 삼성생명 기획관리실 상무

 한정건 아이앤아이스틸 전략기획본부장

  권재석 신세계I&C 대표

  권태형 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사회:임춘성 연세대 공대 교수

 △장소:소공동 롯데호텔 칼톤룸

 △일시:7월 9일

 

 △사회(임춘성 연세대 교수)=그간 석달에 걸쳐 전자신문과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e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기획물을 연재했습니다. 기업정보화와 관련된 우리나라 현주소와 대안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그간의 연재물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전반적인 기업정보화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으면 합니다. 좋은 의견이 개진되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기업정보화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인력양성문제부터 검토해 봤으면 합니다.

 △이용태(삼보컴퓨터 회장)=우리나라 IT기술은 개인 이용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 기업 등 조직에서의 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률, 평균 페이지뷰, 접속시간수 등은 세계 제일입니다. 응용분야에서도 온라인 주식거래 부문도 세계 제일이라고 봐도 됩니다. 반면 기업 이용현황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죠.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중국과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은 다른 측면에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바로 정보화입니다. 우리는 기업정보화 부문에서 왜 뒤떨어졌는가를 살펴보고, 단시일내 획기적으로 개선할 만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 비전을 갖춘 IT인력 양성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IT인력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했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IT기술인력을 지칭하지만 최근 IT인력을 기술인력, 프로그래머만이 IT 기술지식을 갖춘 마케팅, 기획 등 모든 분야의 인력을 지칭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우리기업이 필요로 하는 IT기술인력은 15%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필요인력은 IT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영업, 기획, 고객관리, 홍보 등을 할 수 있는 인력입니다.

 △이용태=그렇습니다. 기업에서 요청하는 IT인력은 기술부문의 전문인력이 아닙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굳이 자동차 내부를 수리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도 됩니다. 자동차 운전부터 정비까지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이런 사람은 적습니다. IT인력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자가 아닙니다. 이것보다는 기업을 어떻게 정보화로 조직하고 운영하는가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권태형(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인력양성에서 대학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기업들은 현장동향에 맞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현재 급변하고 있는 각종 기술, 마케팅 이론에 맞춰 다양한 커리큘럼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IT인력을 교육현장으로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온라인 교육을 대안으로 추천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있지만 해당 사이버 교육사이트에 첨삭, 음성, 동영상 지원기능을 넣으면 다소 개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병근(삼성생명 기획관리실 상무)=기업에서 아무리 커리큘럼을 조정하려해도 학계가 따라오지 않습니다. 우리 IT인력은 자격증과 논문중심으로 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자격증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논문을 쓰더라도 현실적인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권태형=IT기술의 수명은 3년이 채 못됩니다. 대학은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응용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이병근=산업계, 금융계에서 IT 인력에 대한 요구가 있다면 학교는 그런 인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학교에서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다양성을 갖춘 IT인력을 사전에 육성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커리큘럼 조정도 중요합니다. IT는 6개월 단기 속성과정으로 전문인력이 양성되지 않습니다. 대학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은 이러한 인력에 대해 면접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용태=공업화시대 이후에 나타나는 새로운 지식정보화 사회에 있어 인력양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교육시스템만 잘 정착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봅니다. 이런 예는 아일랜드, 인도, 핀란드에서 살펴볼 수 있죠. 경제적으로 앞서지 못했던 이런 나라들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 요인은 바로 IT인력 공급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제도는 200년의 구태를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을 학자로 만들기 위해 강의를 하고 그리고 취업문이 좁다고 불평합니다. 우리 현실과 다르죠. 필요한 인력을 찾지 못한 기업은 인력을 다른 기업에서 빼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학교가 키워내는 인재에 대한 기준이 다른데서 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학교와 기업은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으로 키워야 합니다.

 △권재석(신세계I&C 대표)=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바로 IT부문 기술 종사자가 아닌 다양한 부문에서 IT비전을 갖춘 전문성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IT프로그램을 만드는 인력은 부족하지만 충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IT마인드를 갖춘 마케팅, 기획인력은 태부족입니다.

 △이용태=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정부와 전경련도 이같은 방안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권 교수가 말한 대로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 전문대학, 부전공제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중입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의 세일즈맨, 기획, 재무, 관리, 요원으로 성장시키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전문인력은 바로 컴퓨터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회=인력양성부문에 대한 좋은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IT기술인력도 필요하지만 현장을 알고 활용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곡을 찌르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도 문제라고 봅니다.

 △정경원(정보통신부 정보기반심의관)=사이버교육 프로그램, 영어 등이 강화돼야 합니다. 현재의 교육은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까 상호작용을 이야기했는데 교수님이 기업에 와서 강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전문가가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업과 학교는 상호보완적인 요소입니다. 정부와 전경련이 e코리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을 만들 수 있는 커리큘럼을 준비중입니다. 기업현장, 학교와의 상황인식,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권태형=기업 대표들의 IT교육이 중요합니다. 특히 CIO가 없는 중소기업이 문제입니다. 제조업종에서 100명, 200명 규모의 기업은 CIO가 아예 없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정보화에서 결정권을 가진 CEO교육이 요구됩니다.

 △사회=기업정보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급하고, 그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을 정보화에 투자하는데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면 문제입니다. 삼성생명이나 아이앤아이스틸과 같은 대기업은 성공적인 기업정보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