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브라운관(CRT)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에서도 일본·대만 등 경쟁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포스트 메모리’의 선두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FPD) 분야에서 유망 벤처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FPD산업은 특히 초대형 투자를 수반, 그동안 삼성·LG 등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간주돼 왔으나 최근 만만찮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FPD 관련 벤처들이 잇따라 등장해 FPD산업의 저변 확대는 물론 향후 세계 FPD시장 제패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PD 분야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LCD를 필두로 최근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유기EL(OELD) 등 FPD 시장이 개화기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연구개발(R&D)에 힘을 기울여온 FPD 벤처들이 관련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드컵을 전후해 본격적인 시장 진입기를 맞고 있는 PDP의 경우 LG전자·삼성SDI·오리온전기 등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문 벤처기업인 UPD(대표 박선우)가 높은 기술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UPD는 지난해 경기 이천에 월 1500장 규모의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37∼50인치에 이르는 PDP 라인업을 형성, 내수는 물론 상반기부터 미주지역과 유럽·동남아·일본·중국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PDP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PDP 전문 벤처로 유명하다.
TFT LCD의 뒤를 이어 FPD분야 차기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OELD분야에서도 네스디스플레이·엘리아테크 등 벤처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네스디스플레이(대표 김선욱)는 지난해 150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휴대폰용 2인치급 OELD 개발을 완료, 조만간 양산에 들어가며 엘리아테크(대표 박원석)도 OELD용 드라이버IC와 휴대폰용 2인치 및 PDA용 3.5인치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유기EL은 특히 LG전자·삼성전자·삼성SDI·오리온전기·LG필립스LCD 등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및 상용화 경쟁이 치열한데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파이어니어 등 극히 일부 기업만 상용화에 성공한 상태여서 국내 벤처기업들의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세계 1·2위를 석권한 TFT LCD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TFT LCD는 반도체에 맞먹는 설비투자 부담으로 인해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지만 전문 벤처기업인 마이크로아이(대표 문현찬)가 한국전자부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최근 차세대 무선 단말기에 폭넓게 사용될 1인치 미만의 초소형 LCD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TV·PC·휴대폰·PDA 등 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이 고르게 발전, 시장 저변이 넓은데다 CRT·LCD로 쌓은 디스플레이강국 이미지가 강해 관련 벤처 출현을 촉진시키고 있다”며 “FPD가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주목을 끌면서 벤처자금, 정책적 지원, 고급인력 등이 집중돼 머지않아 FPD 벤처가 벤처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