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양판점의 양대산맥인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가 본격적인 세 겨루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하이마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전자랜드가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공격적인 출점으로 하이마트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자랜드는 올해를 대우전자와의 내분으로 주춤한 하이마트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절호의 시기로 판단, 공격 경영에 더욱 고삐를 쥐고 있다.
전자랜드는 올해 상반기에 32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이마트 역시 당초 목표했던 8000억원을 거뜬히 달성했다. 올 전체목표 역시 하이마트는 1조8000억원이지만 전자랜드는 8000억원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전자랜드가 하이마트를 제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출점대비 매출현황과 성장률로 보면 전자랜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전자랜드는 전국에 60개 정도의 매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하이마트는 200개를 훨씬 넘어섰다. 매장수를 기준으로 단순히 비교할 경우 하이마트는 전자랜드보다 4배 이상의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한마디로 점별 투자대비이익률, 즉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성장률 역시 전자랜드가 하이마트에 비해 다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반기에 하이마트는 동기대비 22% 신장하는 데 그친 반면 전자랜드는 50% 가까이 성장했다. 그동안 출점 전략을 자제해 온 전자랜드는 이 같은 상반기 실적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자랜드는 상반기에 10여개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2개 매장을 신규로 오픈했다. 하반기에는 신규로 18개를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18개 신규 매장은 전자랜드 설립 이래 사상 유례없는 공격적인 출점수다.
전자랜드 측은 “올해부터 공격적인 출점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확산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내년 하반기를 실적 면에서 하이마트를 따라잡는 분기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전국 상권을 커버할 정도의 매장수를 가진 하이마트는 매장 대형화와 고급화로 승부를 던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출점수는 4개에 그쳤지만 32개의 매장을 리노베이션하고 전자랜드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이마트 측은 “전국 상권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250개 매장이 하이마트의 강점”이라며 “앞으로 매장 대형화 등을 통해 할인점과 백화점 등 여타 유통채널과의 비교우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수위 탈환을 위해 공세로 돌아선 전자랜드와 이에 맞서 수성에 나선 하이마트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전자 양판점 시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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