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관계에 있던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동부건설의 암코테크놀로지간 지분매입으로 돌연 협조관계로 돌아섰다.
국내의 대표적인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는 경쟁관계 해소, 수요처 공동 발굴, 중복투자방지 등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장비업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비공급 이후 장비대금 회수의 용이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설비확충에 목말라 있는 동부전자로부터 장비공급을 요청받고도 장비업체들은 망설여 왔다. 자금만 확보되면 장비대금을 결제하겠다고 동부전자가 큰소리쳐 왔지만 장비업체들은 그 가능성에 물음표를 달아 왔다.
하지만 이번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지분 확보 이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두 회사가 각 회사 공장별로 공정 및 생산제품을 재편성하고 수요처 발굴에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윈윈전략에 나설 경우 상황은 크게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란 게 장비업계의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동부전자가 26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확보했고 연말까지 1000억원의 장비 리스 자금과 500억원의 자체 조달, 900억원의 추가 외부 조달을 통해 5000억원을 설비확충에 사용할 계획이어서 장비업계는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또 아남반도체 역시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으로부터 확보하는 600억원을 신규 디바이스 개발 프로젝트인 ‘LBC5’에 사용할 계획이어서 올해에만 최소 5600억원의 설비시장이 열릴 것으로 장비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동부전자가 이번 제휴로 개선될 기업 이미지를 활용, 해외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추진중인 3억5000만달러의 외자유치를 금리나 기간면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어서 지난해 삼성전자 한곳 뿐이던 대단위 장비수요처는 올해 말 이후 최소한 서너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제휴 목적이 중복투자 방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게 장비업계의 분석이다. 장기적인 장비수급 측면에서 보면 호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소자업체들의 대금지불능력이 열악해 장비공급을 망설였던 경우가 많았다”며 “향후 전개될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제휴를 통해 그런 우려가 일부 해소되겠지만 업체들의 합종연횡으로 수년 후 전체 장비수요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장비업계 입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