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의 현황과 미래를 가늠하게 해주는 ‘글로벌IPv6서밋’이 11일부터 잠실 롯데월드호텔서 본 행사에 돌입했다. IPv6는 128비트 단위의 주소체계를 갖고 있어 10년 이내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IPv4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멀티캐스팅·홈네트워킹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할 수 있어 꿈의 인터넷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행사의 주최측이자 세계 IPv6 연구개발의 전초기지이기도 한 국제 IPv6포럼의 라티프 라디드 의장을 만나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IPv6에 대해 들어봤다.
―IPv6가 지금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갈수록 P2P(Peer to Peer) 형태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IP주소가 지금보다 엄청나게 많이 필요해진다. 또 보안관련 프로토콜이 자동으로 탑재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나 각종 인증분야에서 정보보호가 훨씬 용이해진다. 모바일분야에 대한 자동설정 기능 및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IPv6는 IPv4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대안이다.
―IPv6도 연구되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표준정립이나 상용화 혹은 킬러 애플리케이션 보급 등은 충분치 않다는 평가인데.
▲IPv4는 지난 73년에 시작돼 95년에 이르러서야 인터넷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월드와이드웹에 국한해서만 가능했을 뿐이다. 모든 기술은 보급과 상용화에 수십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에 비하면 IPv6의 진행은 빠른 편이다. IPv6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그 자체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IPv6 기반환경이 덜 갖춰진 탓에 눈에 보이게 할 수 없을 따름이다. 환경만 갖춰진다면 P2P·멀티캐스트·VoIP·보안·웹컨퍼런싱·그리드 등이 순식간에 꽃피우게 될 것이다.
―IPv6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들도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인데.
▲IPv6 도입을 IPv4를 모두 버리고 완전히 전환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IPv6는 IPv4를 통합(Integration)해 좀더 차원높은 단계로 진입하는 것일 뿐이다. IPv4 체제 아래서도 늘어나는 네트워크 확장에 따라 투자는 계속 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10년내에 벽에 부닥치게 되므로 그간의 투자는 무용지물이 된다. IPv6는 초기투자는 크겠지만 향후에는 결국 이익이다.
―한국 기업이나 기관들의 IPv6에 대한 의지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데….
▲한국은 이미 60여개 기업들이 IPv6포럼코리아를 통해 IPv6 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가별 포럼 중 이렇게 많은 회원을 둔 곳은 드물다. ETRI의 ‘BIA를 이용한 듀얼 스탁 호스트 기술’ 등 2건의 제안이 IETF로부터 공식문건으로 채택되기도 했던 것처럼 표준화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효과적으로 협조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
―IPv6 보급확산을 위한 IPv6포럼의 계획은.
▲현재 포럼에서는 유럽지역 기업들을 묶어 IPv6태스크포스를 결성해 유럽지역간의 교류와 망 연결에 나선 상태다. 앞으로는 이런 네트워크를 전세계로 확대해 나가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IPv4가 인터롭(Interop)이라는 국제네트워크를 통해 IPv4의 확산을 이끌었던 것과 비슷하다. 특히 IPv6가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스위스·스페인·벨기에 등에 설치한 ‘글로벌IPv6쇼케이스’를 앞으로 한국·중국·일본 등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