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 거래의 대명사로 알려진 귀금속 분야의 유통 흐름을 투명하게 바꿔 놓겠습니다.”
최종오 골드비바 사장(40)은 귀금속 시장에서 별난 인물로 불린다. 배타적이기로 소문난 귀금속 시장의 전통적인 판매구조를 뿌리부터 바꿔 놓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
“정부에서도 국내 귀금속 시장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시장조사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귀금속업계의 배타성 때문입니다. 불투명한 시장구조와 복잡한 유통망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최종 소비자입니다. 정보와 인터넷 기술로 이런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귀금속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최 사장의 이력은 그의 다소 엉뚱한(?) 소신만큼이나 특이하다. 최 사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순수 엔지니어다. 졸업 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반도체 설계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최 사장이 귀금속에 관심을 가진 것도 당시 반도체 기판에 있는 금으로 만든 리드프레임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최 사장이 골드비바라는 전자상거래업체를 설립한 것이 지난 2000년 3월. 회사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골드비바는 전자상거래업계에서 아직 신출내기다. 하지만 귀금속 시장에서 골드비바는 웬만한 귀금속 도매상 못지않을 정도의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국내 귀금속 시장의 본산이라는 종로에서 명함을 거리낌없이 내밀 정도의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귀금속 분야의 유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뛰어다녔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시장구조와 유통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 사장은 “2년 동안은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골드비바는 다음달 1800개 귀금속 도소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하고 구매전용카드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미 시스템 개발은 물론 무선전용망과 단말기 제작을 끝마쳤다. 구매전용카드의 도입으로 수입업체-도매상-중간도매상-중간소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투명한 거래는 물론 귀금속 분야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셈이다. 이번 사업을 위해 골드비바는 국민은행·엔젤넷과 제휴해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대외적인 불신감을 해소했다.
“정확한 시장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귀금속업계는 복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자료 거래는 물론 파행적인 영업행태가 성행했습니다.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귀금속 분야의 투명한 거래가 보장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 사장은 “매년 국내에 수입되는 금괴의 규모가 3조5000억원에서 4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실제 최종 제품의 시장 규모는 이의 10배 이상”이라며 “아마도 귀금속은 금을 가공했을 때 반도체 다음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이라고 말했다.
또 최 사장은 “국내 귀금속 시장의 유통구조를 바꾼 최초의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