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IT업계의 각종 기술과 흐름을 한눈에 파악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설명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계에는 이같은 일을 천연덕스럽게 해낼 수 있는 영어통 2인방이 있다. 한국커머스넷의 강이화 과장(30)과 일렉트로피아의 김이선 과장(30)이 주인공이다.
강이화 과장은 능숙한 영어 솜씨 때문에 한국커머스넷에서 대부분의 국제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98년 싱가포르 APEC 통신장관회의 때는 18개국 장관과 300여명의 해외 참석자들 앞에서 인터넷 쇼핑몰과 전자화폐를 접목한 프로젝트 시연회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유머를 겸비한 능청스러운 화술로 참석자들의 혼을 빼내 현지 기자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을 정도였다. 물론 회의 성과도 좋아 귀국 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종종 APEC 산하 회의에 참석한다는 그는 올해부터 APEC 공식 프로젝트인 ‘국제 B2B e마켓플레이스 프로젝트’의 국제 사업부문을 맡아 일하는데 오는 9월 러시아의 APEC 발표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강 과장은 “영어를 잘하네요”라는 주변의 반응에 쑥스러워한다.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까지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장관들까지 “미국에서 태어났느냐”며 궁금해 할 정도의 실력을 쌓기까지는 꾸준한 열의 덕분이다. 말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끈질기게 질문하던 습관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매일 말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조건 아는 범위에서라도 매일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늘게 된답니다.” 그녀가 살짝 얘기하는 영어 비법이다.
김이선 과장도 상대방으로부터 ‘외국에서 살다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대방은 한번 더 놀란다. 김 과장은 대학과 대학원(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대학원 영문학 석사)을 마쳤을 뿐인데도 외국인들로부터도 ‘서프라이즈(surprise)’라는 찬사를 듣는다.
그는 최근 화려한 영어 솜씨로 회사에 혁혁한 공을 하나 세웠다. 소속회사인 일렉트로피아가 최근 미8군 공군 통신인프라 구축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미군 관련 시장이 연 2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가뜩이나 어려운 e마켓 운영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중요한 사업인 것이다. 그는 이처럼 중요한 사업의 첫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미군 관계자가 “어디에서 공부했느냐”며 감탄할 정도로 고급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덕분에 긴장되던 첫 미팅은 대성공을 거뒀다. 미군 사업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사장 비서실에서 모바일 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알려주는 영어 잘하는 비결은 ‘따라하기’. 결국 흉내를 열심히 내는 것이다. 얼마전 조카가 ‘rice(쌀)’을 ‘lice(이, 벼룩)’으로 발음하여 교정해줬더니 “이모, 잘난 척 하지마. 나도 알어”라고 핀잔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발음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활 자체가 영어인 김 과장은 가끔 출입기자에게도 발음을 교정해주려고 해 피곤(?)하지만 영어 하나는 B2B 업계 최고를 다투는 이쁜 처녀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