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일렉트로피아-이충화 사장

 ‘B2B 1세대 기수, 잘나가던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면 전자상거래 업계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인물. 혹시 그래도 모르면 ‘B2B업계 신사’에서 바로 정답이 나온다. 어딘가 깍쟁이 인상을 풍기긴 하지만 지금까지 남들한테 싫은 소리 한번 안듣고 살았을 법한 이충화(47) 일렉트로피아 사장이다.

 초창기부터 B2B 분야에 투신해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잘나가시던 분이 왜 이 고생을 합니까.”

 “허허”

 1년 전쯤의 질문에도 대답은 같았다. 또 물었다.

 “전 회사에서 CEO로까지 물망에 올랐던 분이 후회는 없습니까.”

 “허허”

 언제봐도 침착하고 낙관적인 이 사장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지울 수가 없다.

 “저는 B2B업계에서 펌프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열심히 펌프질해서 물이 콸콸 나오면 후배들이 일하기에 얼마나 좋겠습니까.”

 특유의 비유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어떤 어려운 물음에도 쉽게 비유해 설명한다.

 이충화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8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대학원을 마치자마자, 당시 고속질주하며 안팎으로 관심의 초점이 됐던 대우그룹에 입사했다. 첫 부서는 대우중공업. 이후 6년 동안 자동차 경영기획실, 조선 MIS실, 그룹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기며 엔지니어, 기획, 정보화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았다.

 88년 ‘김우중 장학생’ 자격으로 미국에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학은 학문 탐구의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학위 취득후 다시 산업계로 컴백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학문연구)로 고민하기보다는 실존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란다. 귀국후 대우정보시스템에서 7년 동안 재직하면서 대우전자의 시스템관리, 전자상거래(CLAS EC), 컴퓨터기반제조(CIM) 등 4개 사업부의 총괄이사로 일했다.

 일렉트로피아 사장을 택하게 된 배경은 미국 유학시 B2B의 전신인 CALS(Computer At Light Speed)시스템을 체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대우정보시스템에 근무하면서 대기업을 직접 설득해 CALS 워킹그룹을 결성했다. 당시 삼성SDS, 대우정보시스템, 현대정보기술, LGEDS(현 LGCNS) 등 주요 SI업체들의 합의를 끌어내 추진한 공동사업이 ‘일렉트로피아 CALS 시범프로젝트’. 이후 2000년 1차 B2B 시범사업 추진과 함께 일렉트로피아가 법인화되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사실 이충화 사장은 국내 B2B분야의 획을 그었던 존재로 평가를 받고 있다. ‘표준화’ ‘전자카탈로그’ ‘구매대행’ ‘판매대행’ 등 각종 업계 이슈에는 언제나 그와 일렉트로피아가 선도에 있었다. 2년 전 일렉트로피아가 구매대행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할 때 업계는 “그게 무슨 e마켓플레이스냐”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현재는 구매대행이 e마켓플레이스 핵심 거래수단으로 공고히 자리잡았다. 그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e소싱(sourcing) 개념도 그는 경쟁사들보다 두세발쯤 앞서 도입했다. 대기업의 아웃소싱기지로서 e마켓플레이스의 역할론이 조만간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생각에 언젠가 물어보니 “대우전자와 일렉트로피아의 시스템을 연결하면서 비록 C급 직자재지만 소싱 대행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과 지식은 엘리트 코스를 거친 학자 출신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와 함께 20여년에 걸친 온·오프라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그는 적어도 B2B 분야에서만큼은 언제나 남들보다 한 계단 먼저 시냇물을 건너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일렉트로피아는 국내 전자업종을 대표하는 토종 e마켓플레이스로서 특히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견·중소 전자업체들이 효율적으로 업무프로세서를 개선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할 당시 협업적 IT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략적인 개념만을 이해하고 있었던 수준이었다.

 그는 경영뿐만 아니라 동종업계를 감싸안고 용기를 북돋는 1세대다운 면모도 갖췄다. 지난해 한참 불거져 나온 B2B 위기론에 대해 그는 “정확한 의미에서 B2B 위기라고 볼 수는 없지요.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나타난 위기일 뿐입니다. B2B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B2B는 모든 기업들이 반드시 해야 될 필수과제니만큼 시장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라며 잘라 말했다. 그의 이같은 예측은 한동안 경영 애로사항의 물음에 답하는 여타 e마켓 사장들의 입을 통해 자주 인용됐다. 최근 공석이 된 B2B e마켓플레이스 회장직에 그가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시장예측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또 퍼블릭 e마켓플레이스들이 아직 대기업들에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려줬다.

 “맞습니다. 아직 대기업들이 퍼블릭마켓을 활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을 봐도 독자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조달 개념의 프라이빗 B2B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퍼블릭마켓들은 이제 기업 커뮤니티를 최대한 모으고 여기서 얻어낸 단결력을 전자상거래로 표출하면 됩니다. 비록 규모가 적은 기업들이라도 힘을 모을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안팎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한 미공군 프로젝트에도 그다운 담담함이 엿보인다.

 “주한 미 공군의 유선통신망을 무선으로 바꾸는 사업을 주도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일렉트로피아가 그리는 모바일 B2B의 시험대가 되겠죠. 우리의 캐시카우(Cash-cow)로 봐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한국전자산업진흥회(300개사)와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800개사)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보이겠습니다.”

 부인 김혜량 여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초등학교 4학년(부인은 당시 유치원 졸업반)때부터 사귀었다는 이 사장은 회사 내에서도 알아주는 애처가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자’라는 좌우명은 마치 부인과 회사, 나아가 B2B업계를 위한 다짐으로 들린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7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졸업 △8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 대우그룹 입사 △81년 대우조선 MIS실 △84년 (주)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조정실 과장 △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 박사 △93년 대우정보시스템 총괄 이사 △2000년 일렉트로피아 사장(현) △B2B e마켓플레이스 부회장(현) △전자거래학회 이사(현)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