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말하는` 공원벤치 첫선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배로 인 퍼니스(Barrow in Furness) 지역에 갖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하는 공원벤치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지역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된 이 벤치는 MP3 오디오 플레이어를 내장하고 있으며, 태양열로 전원을 작동하는 등 첨단설비를 갖췄다. 행인들은 벤치에 마련된 소켓에 헤드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그 벤치가 위치한 장소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모습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벤치를 설계한 밀 스트리세비치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일정 장소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 있게 유도함으로써 주위환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이 벤치의 주요 제작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목적을 위해 벤치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분량 역시 편당 약 5∼10분이 소요되는 결코 짧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졌다. 이야기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우선 벤치 왼편에 위치한 소켓에 헤드폰을 연결하면 배로 지역에 사는 가상의 인물 하나를 설정해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벤치 오른편에서는 이 사람의 인물됨됨이나 그가 하는 여러 일들을 주제별로 구분해서 단편소설이나 시의 형식으로 읽어준다.

 말하는 공원벤치의 등장과 관련해 상당수 지역주민들은 이 벤치의 훼손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서 벤치에 마련된 헤드폰 소켓에 껌을 붙이는 것 정도가 가장 큰 골치거리라고 한다.

 영국 국립복권사업(national lottery) 수익금으로 만들어진 이 벤치는 조만간 그 운영·관리가 지역주민들 손으로 넘어가 벤치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내용 또한 한결 더 풍부해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영국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관광대국 가운데 하나다.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의 역사 자체가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지역을 특별하게 가꾸고 또 이것을 널리 알리려는 영국인들의 꾸준한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조그만 영국 도시라도 자기들만의 고유한 관광자원을 준비해 놓고 이를 알리기 위한 관광안내소와 웹사이트 등 홍보시설 또한 잘 정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좋은 예다.

 이번에 배로 지역에 새로 등장한 말하는 공원벤치 역시 이러한 영국인들의 특색 있는 지역 가꾸기 노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