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근무시간에 축구를 하는 등 기초질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당 부서 간부를 무더기로 보직 해임하는 등 그동안 해이해진 근무기강 확립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TRI는 최근 부서대항 축구시합 연습을 위해 퇴근시간 20분 전에 운동장에 나간 정보화기술연구소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를 이유로 C 부장, O 부장, K 팀장 등 간부 5명을 보직 해임했다.
월드컵 이후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근무기강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지만 근무시간에 축구장에 나갔다는 이유로 보직자가 해임되기는 출연연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바라보는 연구원 직원들은 “원장의 개방정책과 월드컵 등으로 연구원들의 보안의식과 근무분위기가 많이 풀어진 가운데 이를 바로잡아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초강경책인 것 같다”는 시각이다.
실례로 국가 기밀연구소로 분류돼 있는 ETRI 내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아래층 후문을 때때로 열어놔 정문만 통과하면 누구나 아무런 통제없이 출입이 가능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나친 조치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한 연구원은 “2000여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식사시간을 12시부터 1시로 못박고 1시 이후에 들어오는 직원들을 정문에서 일일이 검문하는 등 틀에 짜인 통제는 80년대 군대식 경영”이라며 “기관장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또 “밤늦게 연구하거나 밤을 새다보면 아침 출근이 늦을 수도 있고, 아침식사도 제 때 못하는 형편인데 이를 통제한다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최소한 연구원들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관리부서에서 근무시간 준수를 알리는 공고문을 내는 등 수차례에 걸쳐 경고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며 “국가의 핵심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근무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