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IA서버 시장 무너지나

 국내 서버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IA서버(인텔 서버)산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이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해온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리눅스원 등 전문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외국 대형 벤더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익이 악화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이들 업체가 향후 IA서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64비트 인텔 아이테니엄 칩 기반의 서버를 공급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주전산기 사업이 중단된 이후 그나마 국내 서버산업의 명맥을 이어왔던 리눅스서버산업이 고사할 경우 국내 서버산업의 입지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이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현황=리눅스 기반 서버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대표 한병길)는 지난 5일 임시주총을 열고 합병조건이 맞는 회사와 인수협상(M&A)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자이온은 PDA 주변기기 업체인 베가정보기술(대표 견병선)과 M&A 조건을 검토중이며 늦어도 8월까지 타 기업과의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이온측에서는 “베가정보기술이 자이온을 인수할 경우 자이온은 서버사업을 포기하고 현 한병길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서 ‘자이온’이라는 간판이 사라질 것을 시사했다.

 최근 초대사장인 김우진 대표가 사임한 리눅스원도 어려운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3월말 결산 결과 지난해에만 78억원의 적자를 올린 것으로 파악된 리눅스원은 기존 500평이던 서울 서초동 사옥을 100평 가량 줄이는 작업을 추진중이며 임시대표인 한범희 사장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밖에 리눅스코리아·리눅스인터내셔널·수세리눅스 등 주요 업체들도 ‘서버사업’의 이미지를 버리고 솔루션이나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으로 방향타를 바꾸고 있다.

 ◇배경=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 처한 근원적인 이유는 잘 알려진 대로 심화되는 가격경쟁 때문이다. 이미 이 시장은 대규모 물량을 기반으로 한 대형 벤더들의 덤핑판매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업들의 무리한 사업확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병길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사장은 “서버경기가 최악이었다는 이유가 있지만 조립서버 공장라인을 설립하는 등 다소 무리한 투자를 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리눅스 기반 조립서버 사업으로 총 매출의 80% 이상을 올렸으나 지난 2000년과 2001년 2년간 적자가 총 40억원에 달했다. 당초 올해 150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웠지만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0억원, 8억원을 올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망=IA서버 시장은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가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사업을 뒷받침할 솔루션 소싱능력과 컨설팅 등을 보유한 대형 벤더로 더욱 치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전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리눅스 IA서버는 OS의 개방성으로 인해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A서버를 움직인 핵심 OS 중 하나가 리눅스라는 점에서 국내 서버업체들의 사업활성화는 곧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기반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에서는 선발업체의 위기가 후발업체에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흥세력의 부각을 점치고 있다. 현재 인텔이 선정한 아이테니엄 서버 3개 채널인 나노베이커뮤니케이션즈나 디지털헨지·이지아이테크놀러지 등 3개사는 ‘기타군’으로 속한 IA서버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매출보다는 내실있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서버산업의 세대교체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