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밀집시설의 소액 가맹점, 학생층이 자주 찾는 프랜차이즈, 현금과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가맹점….’
올 상반기 스마트카드형 전자화폐 이용실태에서 드러난 단면들이다. 유통 가맹점 이용기반이 취약하고, 신용카드를 소지할 수 없는 미성년층을 겨냥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된 바였다.
실제로 지난 1, 2년간 에이캐시·몬덱스코리아 등 전자화폐 업체들이 유통 가맹점 시장을 개척하면서 이런 예상은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자화폐 업계의 수익모델과 활로에도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상용화 1년여를 맞이한 에이캐시(대표 이재정)는 최근 월 취급액이 14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교통카드(RF) 용도가 아닌 순수 유통 가맹점 전자화폐 사용분. 에이캐시는 전자화폐 사용이 사실상 정착단계에 진입한 원주시에서 월 5000만원 가량의 유통 가맹점 이용실적을 낸 바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용 가능한 유통 가맹점 300곳 중 200여개에서 1만원 미만의 구매에 집중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원주대 학생식당과 체인점인 롯데리아, 학교 인근의 커피숍 등이 인기 사용처로 부상한 것이다.
월 거래액 5000만원의 내역을 가맹점 기준으로 들여다 보면 한 곳당 25만원의 거래실적을 올린 셈이다. 지금까지 평균 수천원대의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주시의 경우는 단기간에 현금의 틈새를 파고 든, 매우 의미있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에이캐시측은 “최근 들어 교통카드를 포함한 유통 가맹점 이용실적이 월 평균 30% 가량 급증하고 있다”면서 “전체 취급액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가맹점 시장을 타깃화해 집중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 틈새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비교적 고가에 해당하는 스포츠용품·안경점에서도 간혹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특이점으로 나타났다.
에이캐시의 한 관계자는 “해당 가맹점과 제휴를 맺고 전자화폐를 쓸 경우 파격적 할인혜택을 주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유통가맹점을 통해 가장먼저 전자화폐를 상용화한 몬덱스의 경우는 직원식당과 PC방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몬덱스는 5개 대형 직원식당과 100개에 달하는 제휴 PC방에서 독점적인 지불수단으로 통용되고 있다. 몬덱스 전자화폐 외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이들 가맹점에서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숨겨진 비결이다. 직원식당은 일일 200∼3000명까지 수용하는 대형 가맹점인 데다 PC방도 한 곳당 하루 평균 30만원의 거래가 발생한다.
몬덱스측은 “상반기 신용카드 발급제재와 월드컵이 겹치는 등 비교적 악조건속에서도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전자화폐는 가맹점 수수료가 곧 수익이라는 점에서 유통 가맹점의 거래실적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