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R(디지털X레이) 사업 `수면위로`

 삼성전자가 X레이 영상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디지털X레이(DR)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어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기술을 기반으로 DR의 핵심 부품인 ‘디텍터(Detecter)’ 개발을 마치고 사업화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은 이를 계기로 독일 지멘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유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DR시장에 내년께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의 의료기기 관련 사업이 DR시장 참여를 계기로 본격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연구개발 현황=삼성전자는 그동안 한국전기연구원·리스템·한국과학기술원·현대의료기기·한양대학교·서울아산병원 등과 산·학·연 협동으로 산업자원부의 지원 과제인 ‘디지털 X레이시스템 개발사업’ 중 아모퍼스 실리콘 재질의 디텍터 개발에 주력, 이번에 핵심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서울 아산병원에 설치, 10월 제품 출시에 앞서 임상시험을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디텍터의 크기는 여러 장의 패널을 붙인 경쟁업체 제품과는 달리 14×8.4인치 크기의 패널 2장만을 붙여 전신촬영용으로 적합하게 개발했으며 영상 처리 능력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화 전략=삼성전자는 DR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세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다. 우선 디텍터의 핵심기술인 ‘TFT센서패널’만을 생산·공급함으로써 DR업체들의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

 두번째 안은 세계 DR시장에서 디텍터 모듈 사업을 직접 펼치는 것이다. 끝으로 모든 기술은 삼성전자가 소유하는 대신 벤처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위탁 생산하는 방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8월말께 세가지 사업전략 중 하나를 택해 의료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DR 디텍터 전문업체인 트릭셀이 수탁생산을 의뢰할 목적으로 지난달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직접 방문, 샘플을 가져가는 등 기술력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해 사업화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DR시장=DR는 방사선 피폭량이 적으면서 해상도가 뛰어나고 이미지 프로세싱도 우수한 고부가 제품으로 향후 기존 아날로그 장비를 전면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시장이다. 프로스트&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DR시장은 미국과 유럽시장이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억1800만달러에서 2007년 3억5610만달러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디텍터 제조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같은 아모퍼스 실리콘 재질의 디텍터를 생산하는 트릭셀·캐논 등이 있으며 아모퍼스 셀레늄 재질의 디텍터는 스털링이 생산하고 있다. 또 이 디텍터를 이용해 DR를 생산하는 업체는 지멘스·필립스·GE 등이 있다.

 ◇삼성의 움직임=삼성그룹은 그동안 수차례 의료산업 분야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항공은 GE와 합작으로 지난 84년 삼성GE의료기기를 설립, 초음파영상진단기 등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IMF의 여파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또 삼성항공과 삼성종합기술원은 공동으로 치과용 다파장 레이저치료기와 내시경을 개발했으나 직접 사업화하는 데 실패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도 독자적으로 영구자석 방식의 자기공명영상진단기를 개발했으나 역시 선택과 집중이란 구조조정의 물결에 휩쓸려 사업화하지 못하고 같은 해 벤처업체에 사업을 넘겼다. 이와 함께 삼성SDS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사업을 벌이다 사내벤처로 이 사업을 분리했다.

 따라서 이번 DR의 핵심 부품인 디텍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의료영상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는 벌써부터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