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교육이 부서졌습니다.”
정상은 중앙그룹 회장은 교육 체계가 ‘무너졌다’라는 말 대신에 ‘부서졌다’라는 말로 학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IT학원을 찾는 수강생의 발길이 뜸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학원의 위기는 전체 IT교육의 위기라며 절박함을 나타냈다.
“올해가 IT학원을 운영한 지 30년째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학원을 설립해 대학교 등 정규과정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중앙이라는 명성으로 버티고 있는데 다른 중소 규모의 학원은 생존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브로커 등을 통한 파행적인 영업방법이 극성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체 교육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중앙그룹은 정보처리학원, 컴퓨터아트학원 등의 IT관련 학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사설 IT학원이자 원조다.
정상은 회장은 사설 IT학원의 터줏대감답게 학원의 문제를 훤히 꿰뚫고 있다. 국내에서 제일 먼저 컴퓨터학원을 설립한 명성만으로도 졸업생들은 취업이 보장될 정도로 사설 IT학원가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 제1의 학원’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다.
지금도 전국 10여개에 달하는 중앙정보처리학원, 중앙컴퓨터아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원에서 교육받는 수강생 중에 70%가 중앙 소속이라고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학원이 붕괴된 데는 IT분야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인터넷 거품이 걷힌 것도 원인이 있지만 대기업과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거두절미하고 정공법으로 대기업과 정부가 학원 붕괴의 책임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먼저 교육을 제대로 모르는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교육사업이 뛰어든 것이 과잉경쟁의 원인입니다. 물론 대기업이 진출해 시장이 커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이 더욱 많습니다. 교육의 질보다는 외양에 치중하면서 쓸데없는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고액으로 강사를 스카우트하면서 교육비 역시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정 회장은 또 정부의 무분별한 교육 지원책 역시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IT붐이 일면서 정통부를 비롯한 교육 부처가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명분 아래 갖가지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인력수급에 대한 아무런 사전 시장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지원만을 강조하다 보니 미봉책에 그쳤습니다. IT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현상이 가속화돼 정부 말을 믿고 학원을 다닌 수강생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 회장은 또 정부의 지원금을 위해 학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등 학원 내부의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같은 문제로 IT교육의 큰 축 중에 하나인 학원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더 나아가 교육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상은 회장은 “정부는 올바른 인력수급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나머지는 학원 자체에 맡기는 것이 학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놨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