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수출금액면에서 데스크톱을 앞서는 등 주력업종으로 부상한 국내 노트북 PC산업이 중국을 포함한 해외 생산기지 구축이 미흡, 가격경쟁력 상실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특히 일본·대만 등의 경쟁사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겨냥, 중국 현지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여기서 생산된 물량을 해외시장에 공급, 국산제품을 압박하고 있는데도 국내업계의 중국진출은 계속 늦어지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노트북 PC수출의 최대 경쟁업체인 대만업체들과 일본업체들이 속속 중국진출을 선언했거나 이미 생산에 착수해 국내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대만의 5대 노트북 PC메이커인 콴타·컴팔·아리마·인벤텍·윈스트론 등은 지난해 일제히 중국 생산기지를 설립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완제품까지 생산, 세계 메이저 PC업체에 공급을 시작했다. 대만정부는 지난해까지 대만업체들의 중국내 노트북 PC생산을 금지해 왔으나 올해들어 이를 전면 허용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노트북 PC업체인 일본 도시바도 중국 항저우에 연간 생산능력이 최대 240만대에 달하는 대형 공장을 설립한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도시바는 내년 4월부터 중고가 제품을 생산, 일본·미국·유럽에 수출할 방침이다.
PC업체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노트북 PC를 생산할 경우 인건비를 포함, 10분의 1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노트북 PC수출은 올해 5월까지 수출량이 작년 동기대비 285% 증가한 4억달러에 이르는 등 해마다 200% 이상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 PC업체로는 삼보컴퓨터가 주기판 및 데스크톱 PC공장을 중국 선양에 운영중이며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PC사업부문의 중국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수준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대만업체들이 중국지역에서 노트북 PC 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압박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HP와 컴팩이 합병하면서 가격을 물량배정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나준호 연구원은 “국내 PC업체들의 중국진출은 원가절감보다도 현지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며 “중국 내수공략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중국 현지업체와의 합작회사를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PC와 달리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모니터나 광저장장치 등 품목의 경우 해외 생산비중이 많게는 80%에서 적게는 50%까지 차지, 대만업체들의 가격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