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들이 환율하락과 메모리 가격상승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이같은 추세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경우 DVR 업체들은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얼마나 타격받나=환율은 DVR업체의 수익성으로 직결된다. 외국업체를 상대로한 직접수출이나 국내 업체를 통한 간접(로컬)수출 모두 달러를 기준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직접수출의 경우 대부분 월별로 주문을 받기 때문에 고정환율이 아닌 변동환율이 적용된다. 간접수출은 보통 보름 단위로 결제를 하며 마찬가지로 변동환율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환율이 떨어지면 매출이 동반하락한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고 있는 피카소정보통신의 김동연 사장은 “아직 DVR의 수출 부가가치는 높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지만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DVR업체를 위축되게 한다”고 말했다.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포스데이타의 이영숙 이사도 “환율하락이 지속되면 하반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만일 환율이 계속 하락해 1100원대가 무너지면 30% 정도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상승도 DVR업체의 주름살을 늘리는 요인이다. DVR에는 보통 128MB 용량의 SD램이 들어 있다. 이는 PC기반 제품과 스탠드얼론형 제품이 동일하다. PC기반 제품의 경우 메모리 가격이 제조원가의 3% 정도, 스탠드얼론형 제품은 5%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최근처럼 메모리 가격이 30% 이상 상승하면 1∼2%의 원가상승 요인이 생긴다.
◇대책은 무엇인가=DVR업계에서는 환율하락과 메모리 가격상승이라는 이중고를 넘어서기 위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골자는 원가절감과 수출규모 확대다.
원가절감 방안으로는 수입부품 가격인하가 꼽힌다. 원화강세로 수입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동영상 처리 칩 등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가격을 낮추도록 공급업체에 요구할 방침이다. 여기에 제조효율을 올리고 일상적인 소모성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모 DVR업체의 구매 담당자는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내려가면서 수입부품 공급업체와 가격조정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다른 DVR업체와 공동구매를 통해 물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확대는 장기적인 방안이다. DVR는 다른 하드웨어제품과 달리 해외시장에서 30% 이상의 높은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규모가 늘어날수록 이익도 커지게 된다.
계약기간의 장기화도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 방안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환율이 올라갈 경우 생길 수 있는 환차익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직 중소규모인 DVR업체들은 환율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DVR 수출액은 1억8700만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23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약 5500억원 정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초 업계 추정치인 4000억원보다도 37% 정도 늘어난 수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